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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현 Oct 19. 2023

2023 아르코 창작기금 선정작

미각

 

 미각  

        

 높고 긴 담장을 선택했어요 

    

 최대한 느리고 길게 잠을 자고 싶었지만 내 식욕은 봄날의 꽃처럼 성급했어요

     

 침은 흘리지 않아요     


 귀한 먹이일수록 가시도 많아 민첩하게 손을 뻗어 보지만 때론 속을 알 수 없기도 해요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게 남았을까요 설사로 진심이 쏟아지기 일쑤였죠

     

  날 때부터 예민한 미각이 문제였어요


 온몸에 힘을 주고 걷는 것은 겁 많은 천성, 나는 가시를 피하기 위해 아주 작아져야 했어요 

    

 오늘은 비가 오고 담장 위는 미끄럽고 바닥은 구정물이 넘치네요   

  

 추락해도 죽지 않을 만큼의 높이는 얼만큼일까요?   

  

 뛰어내리는 꽃잎들이 무서워서 손톱을 길렀어요 

    

 나의 허기를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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