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표면에 비친 온전한. 혹은, 왜곡된.
상자 속에는 거울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거울을 꺼내 천천히 마주 보았다. 빛이 반사되고, 내 얼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조금 피곤해 보이긴 해도, 그래도 나름 멀쩡하잖아.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래, 이렇게 비치는 대로 보면 되지. 굳이 스스로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잖아.’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울 속의 나도 따라 웃었다.
그 순간, 거울에 반사된 빛이 내 눈을 스쳤다. 묘한 울렁거림이 밀려왔다. 이상했다.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거울 속의 나는 어느새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깐, 이건 있는 그대로의 나인가?
좌우가 뒤집힌 또 다른 나.
세상에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는 방향의 얼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오직 나만 아는 왜곡된 나.
나는 한참 동안 그 낯선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울은 나를 비춘다고 했지만, 사실 그건 나를 흉내 내는 빛에 불과했다.
거울 속에서 나를 본다고 해서 진짜 나를 아는 게 아니었다. 그건 그저 반사된 빛의 조각일 뿐. 결국 나를 판단하고, 해석하고, 그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한 건 나 자신이었다.
나는 천천히 거울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거울 속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