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 슬픔

행복과 마찬가지의 이름

by 단비

행복이라는 이름이 붙자, 그 형태가 사라진 것처럼, 슬픔도 그랬는지 모른다. 하지만 행복을 잃었던 것과 반대로, 그것은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괴로울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아무것이라도 하고 싶을 때. 발은 땅을 딛고 서 있는데, 이상하게 몸이 지탱을 못하고 떠다니는 것 같을 때. 머리를 비울수록 오히려 잡다한 생각이 가득 찰 때.

“아, 나는 슬프다.”

한 마디 던지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일순간에 가라앉는다.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슬픔’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자, 형태를 잃고 사라진다. 그러면 나는 다시 힘을 내어 움직인다.


이름은 그런 힘을 갖는다. 흘러가고 흩어지는 무형의 것들을 한데 그러모아 하나의 개념으로 변환한다. 이로써 무형은 유형이 되고, 다시 유형은 무형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행복을 잃게 만드는 것이 행복이라는 이름임에도, 슬픔을 잠재우는 것 또한 슬픔이라는 이름이므로.

우리는 계속해서 이름 붙인다. 형태를 만들었다가, 다시 잃어버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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