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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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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Apr 11. 2021

신랑에 대한 나의 예우

저녁 찬거리로 냉동 조기 세 마리를 준비했다.

비늘이랑 내장은 정리되어 있는데, 지느러미들은 붙어있었다. 에잇! 

싱크대에서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는 푸르뎅뎅 쌩눈알들을 담담히 지켜보며 가위질을 시작했다. 


꼬리. 

아가미 오른쪽.

아가미 왼쪽. 

아가미 아래. 

등 위.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헤엄쳤을 날개들을 서걱서걱 잘라냈다. 


그러다가 지느러미라고 하기에 유독 뻣뻣한 부분이 있어서 

여기가 종족 번식을 위해 충실한 곳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맞았다.

내 팔힘이 약하긴 하다만, 

가위가 안 좋은 건지 아님 녀석들의 그 부분이 워낙 튼튼한 건지

쉽게 잘려나가지 않았다. 

세 마리 모두.


신랑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다가, 괜시리 미안해서 참았다.

나라고 생선 다듬는 일이 좋겠냐마는, 그래도......

신랑에 대한 나의 예우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늘도 이렇게 웃는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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