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찬거리로 냉동 조기 세 마리를 준비했다.
비늘이랑 내장은 정리되어 있는데, 지느러미들은 붙어있었다. 에잇!
싱크대에서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는 푸르뎅뎅 쌩눈알들을 담담히 지켜보며 가위질을 시작했다.
꼬리.
아가미 오른쪽.
아가미 왼쪽.
아가미 아래.
등 위.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헤엄쳤을 날개들을 서걱서걱 잘라냈다.
그러다가 지느러미라고 하기에 유독 뻣뻣한 부분이 있어서
여기가 종족 번식을 위해 충실한 곳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맞았다.
내 팔힘이 약하긴 하다만,
가위가 안 좋은 건지 아님 녀석들의 그 부분이 워낙 튼튼한 건지
쉽게 잘려나가지 않았다.
세 마리 모두.
신랑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다가, 괜시리 미안해서 참았다.
나라고 생선 다듬는 일이 좋겠냐마는, 그래도......
신랑에 대한 나의 예우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늘도 이렇게 웃는다.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