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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Apr 27. 2021

엄마의 책과 시간 여행_1

내가 어릴 적, 그리고 우리 아이가 지금 읽는 책들

마음 속의 잉카, 인도로 간 또또, 누리야 누리야 뭐하니.


어릴 때 저는 한양출판에서 나온 한양장편창작동화 시리즈를 참 좋아했어요. 위의 3권은 지금까지 제목을 또렷이 기억할 정도로 좋아했죠. 95년도 출판이니까 저는 초등학교 즈음 읽었던 거 같은데요. "장편"동화라 그런지 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두께가 엄청났어요. 다 읽고 나면 뭔가 뿌듯할 정도였죠. 근데, 끝까지 읽는 게 어렵지 않을 만큼 흡입력이 너무 좋았어요.


요즘 준비하는 작품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친정 엄마한테 이 책들이 아집에 있냐고 물어보니까 못 찾겠다고 하시네요. ㅠㅠ  인터넷으로 찾아보는데 출판사도 사라진 것 같아요. 그래서 중고 서점에서 이제는 절판된 마음 속의 잉카를 주문하고, 얼마 전에 친정을 통해서 미국으로 배달받았어요. 제가 어릴 때 읽었던 (진짜) 책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니 참 반갑더라고요.


멋진 모험 이야기뿐만 아니라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색지, 그리고 타자기로 친 듯한 글자체.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책을 읽을 때는 몰랐지만, 중고 서점을 찾아보면서 이 이야기를 쓰신 작가님이 "시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이번 달에 처음으로 시 필사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저는 김혜순 작가님의 시를 찾아서 다른 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인연도 만들었네요.



중고 서점에서 사서 그런지 이 책의 중간에 훼손된 부분이 보였어요. 저희 집에 제가 어린 시절 진짜로 읽었던 책들이 꽤 있답니다. 제 아이가 자라면서 좋아할 만한 책들을 종종 친정집에서 가져오게 되었어요. 어차피 엄마, 아빠 집에 있어봤자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을 테니까요. 대부분의 책들이 세상에 태어난 지 거의 30년의 세월을 채워가지만, 감사하게도 아이가 그 책들을 재밌게 보아주고 있어요.


근데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열심히 보면 볼수록 페이지가 찢어져나가기 일쑤네요. ㅠㅠ


그래서 이 글에서는 우리 집에서 인생 두 번째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는, 제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그리고 우리 아이가 지금 읽어주는 책들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2. 초롱이의 걸음마 자연 공부


저는 어릴 때 과학을 참 좋아했는데요. 아마도 책 영향이 있었나 봐요. "초롱이의 걸음마 자연 공부"는 어린아이들에게 과학을 설명해주는 그림책이에요. 이걸 보다가 조금 커서는 만화책 "왜 시리즈"를 엄청 좋아했지요. 초롱이의 걸음마 자연공부 책 표지를 열면 누가 누구에게 선물해주는지 적을 수 있는 메시지가 보여요. 아빠의 손글씨 (+ 언니의 손글씨)를 보고 마음이 찡했어요.


위에 언급한 한양 출판사는 사라졌길래, 다섯 수레 출판사는 여전히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어요. 이 책을 처음으로 89년도에 출판해서 아직까지도 열심히 좋은 책들을 만들어주고 계셨어요! 게다가 여전히 같은 대표님께서 운영하고 계세요. 81세의 김태진 대표님이 현역 최고령 출판인으로 계신다는 반가운 기사(2020년 1월 기사)를 찾았답니다.



3. IQ 만화 게임북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리고 애 둘 키우는 아줌마가 된 지금까지 저는 만화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몰입하는 독서에의 입문이 아래에서 소개할 "예림당"에서 출판한 책들이라면, 여기에 가속을 붙여준 것이 바로 만화이지요. 이 책들은 장석준 작가님이 만드신 IQ게임북들입니다. 이거 덕분에 내 아이큐가 올라갔는지는 모르겠으나 푹 빠져서 읽던 기억이 나요. 그 추억을 벗 삼아 친정에 머물렀을 때 아이에게 읽어줬는데 너어어어어어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함께 데려왔어요.


수수께끼, 미로, 퀴즈 등등 독자의 선택에 따라 진행되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중간중간에 딱 봐도 어린아이의 글씨 같은 그 시절의 제 글씨도 보이네요.


아이가 너무 읽어서 페이지가 다 떨어져 나가게 돼서 ㅠㅠ 좋은 제본소를 찾아서 고쳐줘야 할 것 같아요.



4. 월리를 찾아라!

마틴 핸드포드 작가의 "월리를 찾아라"도 모든 (한국판) 시리즈를 다 가지고 있을 정도로 너무 좋아했어요. 하늘색 책이 1편인데, 첫 페이지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에 있는 처한 것을 조화로운 한 세상으로 그려낸 오밀조밀하고 세세한 그림. 한동안 여기에 꽂혀서 월리를 찾아라 스타일로 숨은 그림 찾기 들을 그리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가장 왼쪽에 보이는 슈퍼스타편만 남아있어요. 저 책은 위에 있는 게임북처럼 미로나 색칠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함께 들어있어요. 제일 고난도의 월리들의 세상에서 한쪽 신발을 잃어버린 월리 찾기도 있지요. 어릴 때는 분명 찾았는데, 지금은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안 보이네요.


미국의 중고책 시장에서 파랑, 빨강, 노랑 책을 찾아서 각각 50센트씩 주고 사 왔어요.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책들은 하드 커버였는데 요 녀석들은 소프트커버예요. 나이가 많으신지 페이지가 후드득 떨어져서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어요 ㅎ



5. 신비의 두뇌 체조

책들을 정리하고 보니 제가 이과로 진학했어야 하는데 어쩌다가 예체능을 거쳐서 문과로 간 건지 모르겠네요 ㅋ 만화가 삽입된 게임북은 좋아했지만,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글밥 위주의 "논리야 놀자" 시리즈는 별로 안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


이 녀석들은 울 아이가 IQ게임북이나 월리처럼 열심히 보지 않아 보존 상태가 꽤 좋습니다. 아마도 십 년 뒤에는 제가 치매 방지용으로 읽으면서 제3의 전성기까지 선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ㅎ



6. 밤쇠와 해적들: 무지개 극장/명작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백화점으로 장을 보러 가면서 백화점 꼭대기(?) 층에 있는 서점에도 들리셨어요. 약속은 만화책 1권과 일반책 1권을 고르는 거였어요. 그 덕에 무지개 극장/명작 시리즈의 책들도 참 많이 읽었습니다.


위에 나온 사진처럼 안에 있는 구성이 비슷했어요. 작은 삽화가 책의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고 비어있는 공간에 글밥이 채워져 있었지요. 친정집에 남아있는 책이 더 있을 텐데, 제가 봤던 책 몇 권만 추려서 보내달라고 했을 때 이 책을 보내주셨어요.


표지에 명시되어있지 않지만, 원작자는 루네 안드레아손이라는 스웨덴의 작가이고요. 1944년에 <브름스와 그의 친구들>이라는 만화로 첫 선을 보인 밤쇠 캐릭터의 이야기가 2개가 들어가 있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곰 밤쇠의 모험 이야기가 지금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어요.


***

그동안 이사를 다니면서 종이책들, 그중에서도 다 큰 딸이 수십 년 전에 읽던 누런 책들은 많이 버려졌을 텐데요. 내년에 친정집이 교외로 집을 옮기실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그때는 아마 대대적으로 책이 버려질 것 같네요. 그전에 한국에 한번 방문해서 한 무더기 구해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야, 얼른 끝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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