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음 주면 1년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첫째 아이의 1학년을 마무리 짓게 된다. 아이의 지난 한 해를 마무리 지으면서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을 뒤돌아 보게 되었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코로나 시대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았다. 그중 가장 감사한 것은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비전을 보다 명확하게 가지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 자신의 의미를 꽉꽉꽉 채워갈 수 있는 이 자리가 참으로 귀하다. 작가로서의 비전을 큰 줄기에 두고 거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와 잎사귀, 코로나 시대를 통해 내가 선물 받은 하나님의 은혜를 찬찬히 둘러보고 기억하려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허락하신다면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을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1. 멋진 공동체/동역자를 허락하셨다.
See Saw에서 운영하는 매거진 "해외 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에 참여하면서 해외에 거주하는 많은 엄마 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아마 코로나가 없었다면 매니저님과의 1:1 미팅, 개인 이메일이 더욱 활발했을 텐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멋짐이 폭발하는 이 언니 공동체의 카톡 단체창은 지난 1년 내 인간관계의 8....아니 9할을 차지하게 되었다.
멤버들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기에 24시간 끊이지 않는 수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동료를 한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 한 무더기를 받을 수 있어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느낀다. 자신의 삶과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 다른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 얼마나 열심히 - 살아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참 좋았다. 카톡과 줌미팅, 독서모임과 시필사 모임, 인스타와 유튜브를 보며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을 양분 삼아 가지를 뻗어갔다. 글쓰기와 출판, 독서, 유튜브, 육아와 살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강력한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음에 감사가 절로 나온다.
나의 글벗, 효진 언니와의 인연은 언니가 이 동네에 살았던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로 친해진지 얼마 안돼서 언니는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고 나는 그때만 해도 작가에 대한 비전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언니는 내가 나를 믿지 못할 그때조차 나에게 좋은 글쓰기 능력이 있을 거라 응원해주었다 (언니가 나를 트세(트렌드 세터)라고 불러준 그때를 잊지 못한다ㅋㅋㅋ). 지금은 다른 주로 이사 가서 얼굴을 볼 순 없지만 카톡과 이메일을 통해서 서로의 글에 피드백을 주는 든든한 글벗이 되었다.
2.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셨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일어나자마자 식구들 아침밥을 준비하고 첫째 아이가 학교에서 먹을 간식과 점심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오전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시간에 맞춰 아이를 드롭, 픽업하기 위해 둘째를 들쳐 메고 이리저리 운전사 노릇을 해야 하고 방과 후 학교 놀이터에서 많은 시간을 썼을 것이다.
풀타임 온라인 수업은 나에게 글 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아주 최근이긴 하지만, 해외 특파원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새벽에 주어진 개인 시간에 한두 시간 글을 쓰고 오전에 다소 느긋하게(예전엔 정신줄을 놓도록 바빴다면 이제는 정신줄은 붙잡아둘 정도로 바쁜?) 식사 준비를 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오후에 둘째가 낮잠 자는 한두 시간 또한 온전히 글 쓰는 나의 시간으로 잡아둘 수 있다. 코로나 시대의 특별한 환경은 손이 느린 내가 살림, 육아를 하면서도 매일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을 허락했다. 온라인 수업이 아니었다면 나의 저질 체력은 글 쓰는 개인 시간을 끼워 넣는 순간 무너졌으리라.
살인은 못 했지만, 하도 이곳저곳 공모전을 끊임없이 쑤시다 보니 '공모전 연쇄 살인마'라는 영광스러운(?) 별명도 가능할 수 있었다 ㅎ
3. 적재적소에 필요한 것을 공급하셨다.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것, 좋은 작가님들과의 교류를 하게 된 것, 창작글을 쓰게 된 것, 공모전에 떨어지면서 유튜브 강의를 듣게 된 것,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소재를 찾는 과정 등등 작가의 꿈을 키우는 많은 부분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것을 공급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낄 수 있어 참 감사하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에서의 기회가 폭발적으로 확장했다. 유튜브가 활성화되었고, 한국에서 열리는 좋은 워크숍과 강연을 미국 땅에서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해외특파원 동료인 서화님의 추천으로 한국에서 진행되는 좋은 창작 워크숍을 알게 되었다. 이 워크숍의 주제는 지금 준비하는 공모전 글에 엄청난 도움이 될 주제, 판타지 동화였다.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기회처럼 느껴져서 한국 시간 저녁 7시, 내가 있는 곳 새벽 3시!! 기상이 부담스러웠지만, 이 워크숍을 들으려고 한다. 하나님께서 그동안 4시 반 기상도 훈련시켜 주셨으니 (심지어 14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읽어온 웹툰 중독도 단박에 끊어내 주셨는데) 1시간 반 앞당긴 3시라고 못하랴~ 어제는 해외특파원 미정님께서 이번 5월 한 달 동안 문학동네 이연실 편집자님의 새벽 2시 강연을 듣느라 커피를 엄청 마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