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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Dec 18. 2021

하찮게 꾸준하게, 하꾸!

2022년 새해 다짐

얼마 전 진민님의 '생각하는 사람은 근육질이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하찮음을 하찮게 보지 말자는 생각을 마음에 새겼다. 나와 신랑이 함께 즐겨보는 몇 안 되는 TV 프로그램 '달인'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해받는다. 소소한 일상을 꾸준하게, 포기하고 싶을 때조차 묵묵하게 이어갔던 이들. 자기도 모르게 위대한 경지에 오른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레퍼토리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노력을 멈추지 않는 모습에 언제나 감동을 받게 된다.


그동안의 나는 쉽게 포기하는 편이었다. 잘하지 못하는 생각이 들면 도망가 버리고 싶은 마음이 부글부글 끓는, 실로 나약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씁쓸한 채찍보다는 달콤한 칭찬을 편식하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살아온 시간들은 뒤돌아보면 마무리가 잘 되지 않은, 영 쓸모가 없는 듯한 잡동사니들을 뒤죽박죽 쌓아놓은 창고 같은 느낌이 든다. 문을 열고 살펴보면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아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동안 살아온 시간은 어느새 40년 가까이 쌓여가고,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까지 되었는데 어리광 부리며 살아온 막내 기질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2021년을 뒤돌아 보니, 내 안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발버둥은 쳐봤던 거 같다. 많은 결과들은 솔직히 만족스럽진 않았다. 하루 중 너무 많은 시간을 앗아가버리는 카톡과 인스타를 포함한 SNS는 나에게 약이 되면서도 독이 되었다.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들, 얼굴 한번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가까운 울타리에 살아 숨 쉬며 날고뛰는 지인들을 보면서 동기 부여가 돼서 위를 바라보다가도, 땅 아래로 꺼질 듯이 낙담이 되는 마음의 롤러코스터를 하루 종일 타며 지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나면 체력은 부족한데 가족들에게는 에너지 넘치는 불똥을 튀기고야 마는 기이한 일들이 자주 일으켰다.


이제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와 두 발로 땅을 딛고 걸어야겠다는, 천천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엊그제 NHK 뉴스 음독을 하는데 600의 발음이 잘못되었음을 조언받았다. 다시 공부하다 보니 일본어로 숫자 100을 보는데 햐꾸(ひゃく)였다. 왠지 '하'찮게, '꾸'준하게......랑 뭔가 통하는 거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찌릿거렸다. (참고로 600은 ろっぴゃく 롯뺘꾸 ㅋㅋㅋㅋㅋ)


여튼 2022년 하꾸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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