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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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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Dec 11. 2022

이쯤 되면 중독이다. 초록점 중독

같은 증상 앓는 분 있나요?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코로나 격리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삶에 대한 의욕이 충만해졌다. 요즘 말로 뽐뿌라고 하나, 글쓰기/일상 기록에 대한 욕망이 거세지더니 현지 시간으로 오늘이 12월 9일인데 1일부터 벌써 글을 6개나 올리게 되었다. 지난 몇 달간 방치되다시피 한 브런치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작업 속도다.


근데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 중독 같아 보이는 병, 이 증상이 뭐인고 하니.

어우, 시크해! (개인적으로 예쁘게 잘 만든 로고라고 생각해요!)

업로드를 하고 나서 5분 즈음 지나면 괜히 핸드폰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카톡을 한번 보다가 이메일을 보다가, 만년필을 잡고 있는 손처럼 생긴 시크한 소문자 b를 꾸욱 누른다. 설레는 마음이 너무 날뛰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오른쪽 상단 하얀 종을 찾아본다. 그 옆에 초록점이 생겨났는지 살펴보려고. 달처럼 보이는 초록점이 뜨지 않으면 살짝 시무룩해진다. 일단 한국과 미국의 시차를 탓해본다. 주로 내가 글을 업로드하는 시간은 한국 사람들은 잠들 시간이 많잖아. 아무래도 브런치에 이용자가 몰려들 시간이 아니지. 아니면 반대로 너무 번잡해진 브런치 플랫폼을 상상해본다. 작가님들이 너무 한꺼번에 같은 시간에 글을 올렸나? 그래서 내 글이 브런치 나우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는데 아래로 깔려버렸을까? 이렇게 저렇게 시나리오를 상상하다 씁쓸하게 앱을 닫는다.


할 일을 하려고 하지만 나의 신경이 여전히 브런치에 주파수가 맞춰져 있다. 시간이 좀 지났으니까 좋아요(라이킷)가 생겼으려나? 이 시간 인기글이나 에디터 픽에 뜨면 얼마나 좋으려나? 가만가만, 아까 키워드를 뭘로 해놨더라? 못 참고 핸드폰을 찾아서 아까랑 또 똑같은 짓을 해본다. 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기에) 좋아요가 생기기 시작한다. 감사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


애석하게도 가속이 붙지 못하고 내 글의 반짝임은 금세 사그라들고 말았다.


나의 글에 하트를 눌러주신 감사한 독자님들의 목록이 앙증맞게도 핸드폰 화면에 쏙 들어온다. 하하하. 내가 아무리 귀여운 거 좋아한다지만, 이렇게까지 배려받을 줄이야. 찰나에 뭐라도 달라졌을까 희망을 품고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스크롤하여 리로드 해본다. 여전히 같은 화면이다. 그러다가 간혹 새로운 이름이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그 기억 때문에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 병적으로 엄지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하지만 애꿎은 시간만 잡아먹을 뿐 아무런 변화는 없다.


나에게서 글을 떠나보내고 의연하게 있고 싶은데 왜 이렇게 쿨하지 못하고 찌질하게 구는 거냐. 이건 분명 독이다. 내 삶을 망칠 수 있기에 치료를 해야 한다. 노출 치료법으로 차차 고쳐가보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환자이자 치료자이기에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올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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