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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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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Mar 08. 2023

 하물며 각각의 소변에도 사연이 있거늘

인간군상에는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요즘에는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신기하게도 평소에는 흔들어 깨워도 잠에서 못 일어나는 아이들이 엄마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갑작스레 잠귀가 밝아지는 경우가 있다. 눈을 뜬 아이는 침대에서 기어나와 내가 있는 2층 다락방의 책상까지 올라와 '엄마 뭐해? 질문을 하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있긴 하지만 '엄마 나 무서워!'라며 긴박한 SOS를 날려 엄마가 책상을 떠나 아이들의 침대로 내려오게 만든다. 그러면 전자든 후자든 안 그래도 짧은 엄마의 글쓰기 시간이 야금야금 더 줄어들게 된다. 그걸 겪고 싶지 않은 나는 아이들이 깰만한 구실을 최대한 피해 작업공간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종종 잠에서 깨어나면 화장실부터 가고싶을 때가 꼭 있는데, 마침 오늘이 그랬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차가운 변기에 앉는다. 오줌을 누었다가 멈췄다가, 누었다가 멈췄다가, 눈치를 보며 볼 일을 본다. 그리고는 물을 내릴까 말까, 내릴까 말까, 하다가 괜히 후회할 일 만들지 말자며 그대로 두고 과감하게 화장실을 떠난다. 작가 지망생 엄마 브런치에 올릴 글을 하나 후다닥 쓰고나면 금새 아이들을 흔들어 깨워도 좋을 시간이 되고만다. 분주한 아침이 지나가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다. 그제야  고요해진다. 앗, 물을 내려야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따라 화장실로 달려간다.


뚜껑을 열자 내가 본 소변에 아들이 자기 껄 더했는지 샛노란 물이 보였다. 아드님은 볼 일보고 물 내리는 걸 깜빡 했으리라. ㅜㅜ 하하하. 그리고 어른 변기 앞 쪽에 놓인 아기 변기에도 둘째가 본 맑은 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화장실에서 3개(?)씩이나 되는 쉬야를 마주했다. 아이들을 깨우고 싶지 않아 변기에 아버린 엄마의 쉬, 물 내리는 걸 깜빡해서 덩달아 변기에 남은 아들의 쉬, 누군가.....라고 쓰지만 거의 99% 엄마가 비워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변기에 남은 막내의 쉬. 같은 쉬야여도 이렇게 3개의 다른 사연이 숨어있는 걸 보는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들을 잘 찾아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게 작가의 소명이겠지.


(소재가 좀 지저분하긴 한데 ㅋ) 세상을 잘 둘러보면 쓸만한 이야기 거리, 숨어있는 재밌는 사연들이 아주 가득할 거라는 희망이 느껴져서 기록해둔다. 자, 이제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제대로 열고 글감 사냥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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