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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Oct 20. 2024

귀여운 양말에 진심이야

2024년 10월 - 양말

이번주는 이것저것 자잘한 일이 많아서 바빴다. 그 와중에 브런치에 연재 글로 올려야지 계획하며 틈틈이 써왔던 초안은 전혀 다른 주제였는데 그것 또한 나에 대해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였다. 그 글을 쓰면서 나는 이런 건 많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알게 되었다. 그 주제에 가까워진 내 미래를 떠올리니 기운이 좀 빠진달까? 그래서 글을 올려야 하는 마감 시간 하루 전에 임박했지만, 머릿속에 불현듯이 떠오른 내가 좋아하는 단서에 대해 기록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어제는 감사하게도 테이크루트에서 주최해 준 <아마존 독립출판 101> 워크숍이 있었던 날이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출판했던 책 2권에 관련된 경험을 모두 쏟아붓고 왔다. 보통 테이크루트의 워크숍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지만 나는 오프라인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브레인스토밍하면서 레퍼런스 삼았던 책들, 아마존 KDP로 주문한 책들과 내가 출판한 책들을 가지고 가서 참가자 분들이 눈으로 책의 사이즈를 보고 손으로 종이의 재질을 만져보기를 원했다. 


워크숍을 마치고 햇살이 따스한 (하지만 바람은 좀 불던 ㅋㅋㅋ) 가을날씨로 들어왔다. 워크숍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서 좋았다는 피드백을 들으며 마음에 기쁨이 몽글몽글 솟아났다. 서너 분이 모인 소규모 워크숍이었기에 다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참가자 분들께 기념품으로 나눠드렸던 나의 동화책에 사인을 해달라는 제안을 해주셨다. 얼떨결에 벤치에 앉아 작가로서 사인을 해드리는 영광스러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때 한 분이 오늘 착장이 나와 잘 어울린다고, 특히 양말이 귀엽다고 칭찬해 주셨다. 나는 냉큼 "네, 저는 양말을 좋아해요. 한국에 다녀오면 귀여운 양말을 잔뜩 사 와요."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귀여운 양말을 좋아한다. 쇼핑을 하러 갈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기에 옷장 안에 교복처럼 입는 무던한 옷들의 향연, 아이들을 픽업하러 정신없이 눈에 보이는 걸 아무렇게나 휘뚜루마뚜루 걸쳐 입고 뛰쳐나가야 하기에, 간단하지만 임팩트 있게 포인트를 주는 양말을 신어준다. 나이가 들수록 밝은 색상의 옷을 입어줘야 활기차 보인다던데 너무나 큰 면적을 차지하는 옷이나 바지를 입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지 않는가. 특히 옷이나 바지는 옷감이 많이 들어가니까 꽤 비싼데 사람들에게 남기는 독특한 인상도 강렬해서 자주 입기도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마흔 살을 앞둔 나는 가격도 저렴하고 효과도 좋은 양말의 힘에 의지하여 적당한 발랄함을 더해본다. 


귀여운 캐릭터가 있다던지 양말이 꼭 오른쪽, 왼쪽 완전히 똑같아야 한다는 편견을 깨뜨린 짝짝이 양말들의 유머도 사랑스럽다 (삐삐 롱스타킹의 자유분방함의 8할도 롱스타킹에서 나오지 않았던가?! ㅎ) 패턴이 없는 단색 양말일 경우에는 알록달록한 색상을 골라주는 편이다. 짧은 발목 양말보다는 목이 올라오는 양말을 선호하는 편인데, 10-20대가 신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니삭스는 서글프지만 자제하고 있다. ㅠㅠ 그래도 살결이 쭈글쭈글해지기 전에 신어보고 싶다.


얇은 양말도 좋지만 방바닥이 보온이 되지 않는 미국땅에서 필수로 구비해야 하는 건 도톰한 겨울용 양말! 왠지 모르게 나는 수면 양말을 신으면 발이 따뜻하다는 느낌이 부족한데, 이 두꺼운 양말들은 보온력이 좋아서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내 발을 잘 보호해 준다. (그래도 여전히 온돌바닥이 짱이다 ㅜㅠ) 겨울 양말들의 촌스러운 패턴을 보고 있노라면 연말 느낌이 나서 나름대로 기분이 좋다. 


어제의 착장처럼 양말이 대놓고 귀여움을 뽐낼 때도 있지만, 목이 긴 신발 위로 살짝 보이는 양말, 혹은 긴 바지를 입어서 숨겨져 있다가 어디 앉아야 할 때 잠깐 빼꼼히 보이는 양말의 매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반전미라고나 할까? 아이들 학교에서도 종종 귀여운 양말을 신은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렇듯 쬐끔 과감한(?) 양말을 신을 수 있는 중년에게는 나름의 용기와 인생을 즐기는 유머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60, 80, 100세가 될 때까지 삶에 주눅 들지 말고 귀여운 양말의 마법을 부리리라!  


(내용이 맞지 않지만 80년대생 한국인이 나에게 마법 주문은 이게 입에 착 붙는 거 같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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