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세상에 나온지 10달을 채워가고 그동안 모유 수유로 아기를 키웠다. 하루에 6-8번씩했으니 아이가 품에 안겨 내 젖을 물고빠는 순간이 2000번, 양쪽 가슴 모두 세어보면 최소 4000번은 되었다는 이야기. 반복되는 일상이 끝도 없는 밀려오는 잔물결처럼 이어질 것 같지만, 아이를 내 품에 담는 시간은 곧 끝날 것임을 알기에 모유 수유의 순간을 글로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기가 함께 자는 방은 노란 햇살이 살짝 스며든 회색 빛깔 방이다. 천정이 높아서 겨울에는 꽤 춥지만, 여름에는 적당하게 드리워진 엷은 그늘 덕분에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 낮잠자기에 안성맞춤인 온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팔베개를 해주고 수유를 시작하면 선선한 온도 속에서도 아기는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젖을 빤다. 아기의 뜨거운 노력이 내게 전해졌는지 이내 내 몸에서도 뜨거운 젖이 돌면서 가슴이 찌릿찌릿해진다. 꿀꺽꿀꺽 아기의 목구멍으로 우유 넘어가는 소리가 공기 중에 울리면 바로 그 순간에 아기가 쑥쑥 커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한다. 나는 마른체형이라 가슴도 작은데 이 작은 주머니에서 한 생명이 살아가기에 넘치도록 충분한 생명의 물이 흐른다는 것은 신기하고 경이롭다. 아기는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배도 부르고 품도 포근하고 참지 못할 졸음이 쏟아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