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이제 적응할만 하다'라는 교만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어김없이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어 나를 겸손으로 이끌어 주는 육아. 그것을 통해 얻은 수 많은 가르침들 중 요즘 절절하게 마음에 새겨지는 것은 바로 시간의 속도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치여있는 나를 보면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무지 피곤해보인다. 시간이 내 곁을 지나가는지도 모르다가 문뜩 무럭무럭 커있는 아이들을 보고있으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특히, 어제오늘 선보이는 묘기가 달라지는 둘째를 보면 비로소 무시무시한 시간의 속도가 어두운 내 눈에도 보인다. 이 정도라면 눈 깜짝할 새 나의 아기들은 청년이 될테고 나는 중년의 끝자락에 서서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하겠지. 늙어버림과 세상에 대한 이별이 지금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있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성큼성큼 달려오고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둔다. 모든 작가들이 똑같은 마음은 아니겠지만, 글로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은 아마도 잡아둘 수 없는 시간, 그 순간을 흔적으로라도 남겨두고 싶은 바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