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이별하기

살면서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살다보니

가슴에 확 와닿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잘 만나는 것보다 잘 이별하는게 더 중요하다.


어떤 이별 후에

이 말이 가슴에 사무칠 때가 온다.


난 태어나서 한번이라도 기꺼이 편안하게

누군가를 보냈던 적이 있던가?

이별이란게 무엇인지, 깊이 다뤄본 적이 있던가?


이별의 아픔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는 살아봤지만

그냥 그 이별 자체를 편안하게 받아들여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좋은 친구이자, 정말 잘 맞는 심리상담사였던

그녀와의 상담을 종결한다는게

이별이란 생각을 못 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너무 당황스럽고 슬프다.


분명 내가 제안했고,

내가 결정하는 건데도.


한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 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구나.


인연이란게 시절과 같아서

과정처럼 거쳐야 할 때가 있고,

보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늘 새롭게 아프지만 이젠 그런 줄은 안다.




나의 종결요청을 받아들인 그녀는

앞으로 2-3회 정도 정리하는 상담을 갖자고 했다.


상담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어떤 변화가 있었나?

무엇이 아쉬웠나?

종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종결 이후에 아직 무슨 과제가 남아있나?


이런 이별을 준비하고

홀로서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끝낸다고 한다.


아직 상담을 통해 다뤄야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고

자주 말했던 그였기에,

난 나의 종결요청을 당연히 이런저런 설명으로

거절할 줄로만 알았다.

그럼 마음이 더 어렵겠구나 싶었는데

..

알겠다며 수긍하고 종결의 절차를

설명하는 그를 보니

되려 당황스럽고 붙잡고 싶어진다.

"아니 반응이 왜 그러세요? 아니에요!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계속 상담 이어가요!"

이런 마음이 아우성친다.


이런 마음은 왜 올라오는 걸까?

있는 힘껏 그를 붙잡고

찌질하게 내게 드는 이 생각과 감정을

다 털어놔야겠다.

다 털어놓고, 서로의 마음을 속 시원히 확인하기 전까진

상담을 끝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메달리고 싶어진다.




솔직히 가족사이도, 가장 편한 친구사이도,

어느 정도는 가면과 거리가 필요하기에

이렇게 찌질하고 껍질 까낸 나를 드러낸 관계를

가져본 적이 있던가?

그러면서 내 감정을 직면하고

성숙해본적이 있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었다.

정말 많이 감사하고, 정말 많이 소중하게

추억할 것 같다.


추억의 책장을 넘긴다는 게 이런 건가



마치 짐가방을 싸서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이젠 익숙해진 이 곳을 떠나

알 수 없는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야할 때가 온 것처럼.


육체가 해외로 나가는 것만이 새롭고
신기한 여행이 아니다.
시간, 공간, 사람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은
모두
여행과 같다.


난 이제 이 관계를 떠나

새로운 곳을 향해 가겠지.

인문학 공부,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성

그렇게 또 다른 방법과 선택으로

성장하고 성숙하겠지.


상담의 종결,

상담사와의 헤어짐이란건 마치


나에게 처음 자전거를 타는 법을 알려준 친구,

나에게 처음 수영하는 법을 알려준 소꿉친구가 있는데


막상 내가 정말 그걸 다 익히고

"이거 봐라! 나 이제 혼자 할 수 있다!"

하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볼 때

그걸 알아봐 줄 친구가 사라지고 없는 느낌이 든다.


우린 일반적인 친구관계가 아니었고,

명확한 목적이 있었기에

그 친구의 목적은 나에게 그걸 알려주기 위해

그곳에 그 자리에 있었던 거라서..


언제언제까지나 주구장창

상담을 할 수 없는 걸 알지만


곁에 있을땐 당연해서

몰랐던 그것을 이제서야 사라짐을 인지하고,

보내야한다는 게 많이 두렵다.


잘 이별해보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건강한 이별이 될거다.

훌륭한 시작을 하고 나면

앞으로 맞게 될 2번째, 3번째 작별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건강하게,

동등한 책임을 갖고,

부드럽고 따듯한 말투로

서로를 배려하며

잘 이별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자기 이해가 떨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