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춤에 춤추는에세이스트 Sep 27. 2022
가족 세우기란 심리 치유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에 그 기법을 통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새롭게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동그랗게 친구들이 둘러진 한 가운데서
아버지를 대신하는 사람을 앞에 세우고
하지 못했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이었다.
오랜시간 너무너무 이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드디어 하게 됐다.
도통 할 말이 잘 나오지 않고,
눈물만 났다.
"아빠 보고싶어..
미워
보고싶어"
펑펑 우는 속에 그 말만 겨우겨우 했다.
진행하는 분이 내게
이해가 되지 않아도 따라서 말해보라며
"아버지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먼저고, 제가 나중입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주실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라고 했다.
처음엔 부정하고 싶었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해봤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동안 억지로 해왔던 긍정의 말이
그 순간 진심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불편하고 괴로운 사람과 상황이어도
그건 그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걸림때문이란거
그래서 계속 바꿀 수 없는 외부를 바꾸려하든,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내 생각을 바꿔 자유로워지든
그건 온전한 내 책임이란
삶 전반에 걸친 지대한 깨달음도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다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공덕이었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
당신에게 참 큰 빚을 졌습니다.
큰 빛이 셨습니다.
아빠가 아니었음 난 이런 사랑도, 영적인 지혜도 없구나.
내 안의 큰 사랑과 지금 이 자리 있기까지의 모든 영적지식은 아버지로부터 왔구나..
많은 시간 억지로라도 마음공부를 했고,
하기 싫어도 참으며 했던 말들
억지로 하고 나중에 화가 났던 말들
"아버지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높고 저는 낮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 말이 언젠가 이렇게 진심으로 와닿으려고 그렇게 애썼나보다.
솔직히 이런 날이 오긴 할까..
아빠를 미워하지 않고
나에 대한 그의 사랑을
편하게 알아차릴 날이 오긴 할까.. 싶었는데
진짜 아빠 마음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어떻게 내가 아빠의 삶을 알고
공감할 수 있겠나
나보다 43년을 앞서 산 다른 시대를 살아 온 그를 어쩌면 평생 모르겠지.
그걸 알 순 없지만
아빠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건 알 수 있잖아.
아빠가 알려주신 그 지혜의 말씀들을
평생 선택하고 훈련하고 해석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마지막에 그 말이 나왔다.
아버지가 먼저 나타났었고, 그 다음에 내가 나타났다.
질서를 다시 잡은 느낌이다.
너무너무 개운한 밤이다..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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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리허설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