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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빠 안녕

태어나줘서 고마워

오늘 영화 [브로커]를 봤다.


모두 엄마에게 버려진 고아원 출신 2명의 어른,

1명의 어린이와

베이비박스 앞에 아이를 버린 엄마와

그 엄마의 갓난아기(우성이)


갓난아이를 팔기 위해 4명이 함께 다니는 와중에


어린이가 애엄마에게 문득 이런 말을 했다.

"내일이면 진짜 우성이 못 보는데

왜 아무말도 안 해? 말 걸어줘."


애엄마는 답한다.

"뭐라고?"


어린이는 말한다.

"음.. 태어나줘서 고마워 라고"


또다른 버려진 어른이 말한다.

"그럼 우리한테 다 해줘"


그렇게 그들은 불을 끄고 가만히 누워

아이를 버린 엄마의 말을 기다린다.

아이를 버렸던 엄마는

엄마에게 버려진 그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말한다.



해진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상현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동수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성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_
소영아, 소영이도..
태어나줘서 고마워


말로 다 할 수 없는 미안함 고마움 ..


영화를 본 후 한참동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1시간을 넘게 토해내듯 펑펑 울며

들었던 마음은

내가 나 자신에게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마음이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라는 그 말은

마치 아빠가 내게 들려주는 말 같기도 했다.


아빠의 진심

오랜시간 아빠가 참 미웠기에

부정하고 살아서 몰랐던

보지 않았던

아빠의 진심


너무 가난했기에 아이 하나만 낳고 둘째는

생각지도 않았던 아빠는

내가 생긴걸 신의 선물같았다고 말했다.


내가 어리고 어리석어서

온통 아빠의 못난 모습, 결점들만 생각하며 버티고 살았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한번도 마음 편히 먹고 싶은거, 사고 싶은 거 말 못 했던 거.

홀로 상경해 고시원살이한 거.

영양실조 겪으며 혼자 생계비,무용교육비 벌며 살았던 거.


다 못난 부모를 만난 탓인것같아서

그렇게라도 나 잘난 맛에 버텨야 살아져서

부모님같은 삶을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악착같이 사느라


"신의 선물"같다던 그 표현은 잊고

[가난해서 둘째까진 생각지 않았다.]는 말만 가슴에 담아뒀다.


아빠가 날 얼마나 사랑해줬었는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정말.. 아버지의 생이 다 저물도록 덮어놓고 지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 말이 이토록 와닿은 적이 있던가


죄송합니다.

그 사랑은 못 보고 오랫동안 당신을 미워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늘 내게 얘기하던 그의 표현법으로 바꾸자면


사랑하는 작은 따님
우리 예쁜 딸 수덕이
아빠 딸로 태어나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딸이라 해도 하대하지 않던

아빠라면 나에게 이렇게 말해줄거다.




죽어서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아빠를 볼 수 있을 테니까.

아빠를 다시 보면 환히 웃으며

아빠 딸 정말 잘 살았지?

보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잘 사나 깜짝깜짝 놀랐지?

어떻게 나한테 이런 딸이 나왔나.. 싶게

나 잘 살게.


아빠 표현을 빌려서

그때 우리

반갑게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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