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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빠 안녕

보란듯이 2번째편, 나다움에 대하여

2022.02.18 작성한 글

작년까지의 내가 먼 옛날처럼 아니,

아예 다른 사람으로 느껴진다.


신나게 골반을 흔들며 남미의 열정을 느끼자고 외쳤고,
한 주도 빠짐없이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온라인으로도 춤을 가르치고, 오프라인 수업도 나가고,
개인 PT강사로도 일했다.

오직 한사람을 위해 힘을 쏟아야하는 1:1부터

소규모 그룹레슨,

통제가 불가한 38명의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조강사도 없이

목이 다 쉬어가며 2시간동안 신체놀이를 진행하기도 했다.


경력을 쌓아 성공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열정적으로 그 모든걸 했다.

난 그걸 진행할 힘이 있었고, 힘들었지만 늘 뿌듯했다.


지금의 내가 예전처럼 춤수업을 진행하고,

활동적인 바깥일을 상상하면

팔다리가 굳고, 머리가 하얘진다.






어떻게 했지? 그냥 꾸준히 했지

왜 했지? 그땐 그게 즐겁고 잘 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감으로 했지..


그런데 그게 정말 나다운 거였을까?

"과거의 나는 그 시기에서 최선을 다한거 맞아.

근데 지금의 나는 뭘 해야하지?

이젠 정말 멋있는 거, 폼나는 거, 쿨해보이는 거 말고

그냥 나다운거 하고 싶은데 그게 뭐지?"


지금 나는 그 누구도 가르치고 싶지 않다.

내가 능력이나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기운이 없다. 그럴 의욕을 전혀 못 느끼겠다.


그래, 나는 늘..

멋있어보이는 걸 하고 싶었다.

폼나는 모습이고 싶었다.


그 멋진 역할극에 충실하느라
어느 순간 그게 아예 "나"인줄 알았다.


마치 나는 남미에 가서 춤을 배운 것 뿐인데

내가 남미댄스 자체가 되버렸다.

세상사람 모두 남미댄스를 춰야될 것처럼 의미부여를 했다.




그런 역할극이 뿌리깊은 습관이 되서

사람들을 만나면 어느새 또 그렇게 밝고, 열정적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알아차릴 때 정말 나 자신이 싫어진다.


때론 그냥 의욕없이, 기운없이 맹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웃음기없이 솔직하게 "아니오, 싫은데요"라고 말하고 싶다.


난 소심한 고슴도치같아서

아무리 친한 친구들에게도 힘들다고 전화걸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말 못한다.

그리고 몇번 전화를 해도 각자 자신의 삶을 살기 바쁘기에

위로받는 것에 한계가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관종이기에

사랑과 관심을 받지 않으면 금새 무기력하고 우울해진다.

지금 이런 나의 무기력하고 혼란한 상태를 드러내기 꺼려져서

콘텐츠를 쉬다보니

소통의 창구가 사라져서 더 우울해지고..


그게 계속 반복되는 요즘이었다.

그래서 넋두리라도 하자.

배설이라도 하자.

그런 마음으로

전혀 파이팅 넘치지 않은 나의 상태를 그대로

힘 쭉 빼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마음먹고 앉아 타자를 두드리는 것도

부담스럽고,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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