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들과
용서와 화해, 사랑에 대한
인문학 모임을 가졌다.
이런 시가 있다고 한다.
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한다..
사랑은 애지중지 아끼는 마음,
그래서 내가 먼저 하는 것,
상대에게 물어보고 그가 원하는 역할이 되는 것
그래서 내 머릿속 안다는 방법이 아니라,
그가 원하는 방법을 만드는 것
그게 사랑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랑을 한다는 건 불타는 감정이 아니라,
길러야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외로워서 사랑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외롭다.
그 섬이 뭔지 잘 모르겠다만..
어제 그 모임 이후로 집에 돌아오고선
계속 마음이 묵직하고, 답답하고, 외로워졌다.
문득 오늘 다시 아빠가 떠올랐다.
돌아가시전, 아빠와 나 사이엔 이미
섬이 사라졌던 것 같다.
어쩌면 아빠는 그 섬에서 내가 오길
기다렸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끝끝내 그 섬에 가질 않았다.
"왜 인생을 그렇게 밖에 못 살았을까
그렇게 사니 병에 걸렸지
잘 좀 살았으면 그런 지독한 병도 나타나지 않았을텐데.."
그렇게 아빠를 판단했다.
아빠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정말 몇달에 한번 겨우 병원에 갈때마다
"뭐 먹고 싶어?" 원하는 걸 물어보면
아빠는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빠는 됐고, 간병인 아줌마들 드릴 과일이나 사.
빵이나 사와."
늘 그런 식이었다.
눈치보고,
거절당할까 두려워
남에게 폐끼치지 않으려 노심초사하고..
언니도 나도 늘 그런 식이다.
스스로 뭘 원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원하는 점을 들어주는 것도
너무나 싫어한다.
왜 부담스럽게 나한테 그런걸 요구하지.. 그런 생각이 든다.
마음 편히 원하는 걸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사람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구나.
아빠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몸이 아파 잠들지 못했던 밤들,
건조하고 조용한 병실에서 거동도 못한채
무기력하게 깜깜한 창밖을
내다보며 지세웠을 수많은 밤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우울했을까
그나마 붙잡고 할 수 있는 말이
한마음선원에서 배우신
"주인공 오직 너만이 나를 살게 해"
라는 그 주문과 같은 말
일기장에 계속 쓰여있는 그 말
참 이상하다. 그토록 밉고 화가나던 대상인
아빠에게 왜 이토록 미안할까
뭐가 이렇게도 미안해지는 걸까
아마도 난 아빠를 마음속에서 버렸기 때문같다.
가망없다.
글렀다.
기대해봤자 실망뿐이다.
그렇게 나 살겠다고
아빠와의 섬을 버렸다.
자랑스러운 딸을 원했을까?
혼자 밥벌이 잘 하고 사는 딸을 원했을까?
늘 돈 걱정에 전전긍긍
눈치보며 살아온 아빠니까
내 독립적인 모습만 보여주면
아빠에게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했었다.
아빠 무엇을 원하세요?
단 한번도 뭘 원하는지 묻지 않고 키우셨지만
당신에게 묻습니다.
무엇을 원하세요?
그런 딸이 되지 못해 미안합니다.
많이 외로우셨겠어요.
그렇게 당신을 몰라줘서 미안합니다.
늘 재단하고 저항하기만 하고
인정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용서는
내가 바라는 상대에 대한 상을 내려놓는 것이고,
화해는
그를 통해 관계를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힘들지만
가보려 한다. 그 섬에..
나와 너 사이엔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너와 같이 가고 싶다.
함께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