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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걸 실현해내는 중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125일째

늘 그렇듯 하고싶은 말은 너무 많고

현실을 재미지게 살아내느라

맨날 글 쓸 시간은 없는 것 같고..


호텔에서 애니메이션 댄서로 일한지

4일째 되는 날이다.


예상했던 것만큼 안무가 지루하고

예상했던 만큼 햇볕에 나가서

일하는 게 힘들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더

무대에 서고 사람들의 집중과 박수소리를 듣는게 너무 행복하고 기운이 나고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고 함께 웃는 이 일이

굉장히 재밌다.


원하는 만큼 높은 레벨의 춤을 아직 추지 못 하지만

기존에 하던 안무를 익히고 반복하게 되면

공연에 나만의 춤 독무대를 넣을 수도 있고,

나와 리프트를 함께 연습해서 공연할 수 있는 파트너도 있다.

원하면 언제든 새로운 무대를 제안하고 기획해서

넣어도 될만큼 다들 공연에 진심이고,

새로운 것들에 열려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난 돈받으며 춤추고 있다!

그것도 숙소와 식사가 제공되는 이 일을 하게 되다니!

어쩌다 워킹홀리데이를 온지 4달만에

이 머나먼 섬까지 떠나와서

이런 일을 하게 됐는지..


나의 무한한 도전정신과

새로움에 대한 추구가

길을 열었고,

이렇게 해내기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여기서 이렇게 한국어 한마디도 할 일없는 곳에서

하루종일 거의 스페인어만 해야하는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나는 끝없이 적응하고

소통해내서

오디션에 합격했고

일하는 데에도 거의 아무런 무리가 없을만큼

소통을 잘 하고 있다.


요즘 내 지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된다.

한국에 태어나서

그것도 아주 깡시골에서 할머니 한분 모셔놓고 집에서 태어난 촌아이가

평생 유기농 농사짓는 부모님 밑에서

주변 학교 친구들도 다 농사짓는 부모님이거나

군인이거나..

그렇게 인구 3만명도 채 안되는 아주 작은

양구군 이라는 시골에서 20년을 자랐는데도

나는 늘 해외로 갈거고,

원하는 곳들을 다 여행할거고,

원하는 꿈을 이룰거라고

난 늘 고만고만한 환경속에서 고만고만한 직업을 선택해

결국 자신의 고향을 벗어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는

너희들과 똑같이 살지 않을거라고.


보란듯이 성공할거란 생각이 컸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란듯이 성공할 마음은 없고

그냥 그만큼 나는 영혼이 자유롭고

똥인지 된장인지 뭐든 찍어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경험이 너무너무 고픈 사람이란것.

환경에 영향을 너무너무 많이 받는 사람이란 걸 꺠달았고

그런 나의 성향에 맞춰서 나를 여기저기

여행시켜주고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많은 춤 스타일을 경험하게 해주는 이 모든 시간들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보란듯이 성공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나답게 살고자 하는데

필요한 시간이고, 필요한 여행이라 이렇게 하는 것 뿐이라는 걸

점점 깨달아간다는 것도..

내 마음에 드는 사람,

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이

스스로 되고자 하는 것 뿐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경제적 상황, 부모님의 영향, 과거 그 모든 걸

떠올리면 그 어떤것도 실현하지 못 했을

수많은 난관들을 떨치고

그냥 나 답게 살겠다.

그렇게 눈치보고 머물러있지 않고

늘 용기내서 한발짝 나아가준 내게 참 고마운 나날이다.


가끔은 못 견디게 외로운 날도 있다.

아무리 외국어를 빨리 배워도

스페인어 라고 하면 현지 사람들이 국어책에 나오는

스페인어만 쓰는게 아니라

각각의 지역에서만 쓰는 강한 억양과

특유의 표현들과 단어들은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해하고 그들이 말하는 스피드로 똑같이 되받아 말하기

정말 힘들다.

그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렇게 그들이 웃고 농담을 주고 받을때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어야할때

약간 속상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그런 약간의 혼자됨과 속상한 기분보다

'쟤네중에 단 한명이라도 1년만에 한국어 의사소통 술술 될만큼

하고, 한국으로 아예 이사가서 혼자 오디션봐서

나처럼 일 구하고,

자기가 원하는 일로 돈 벌겠다고 30군데 넘는 직장 알아보고

직접 발로 뛰며 찾아다니며 사장들 만나고

이력서 들고 다니고 결국 취직해서 이렇게 생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생판 완전히 다른 지구의 뚝 떨어진 섬에 와서

일 할 수 있는 사람있어?

아무도 없어. 진짜 그동안 내가 만난 사람중에

아무리 언어를 빨리 배운다해도 내가 스페인어를 배운 속도만큼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애는 아무도 못 봤어."

그러니까 나는

그들이 꿈도 꾸지 못 할 일을 이미 실현하고 있는 사람이야.

다들 그걸 정말 대단하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자신들은 불가능할거라고 말한다.


그러니 나는 충분히 나 자신에 대해

자랑스러워 해도 된다.

이미 지금 너무 멋지게 성취해내고 있으니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올라가야한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충분히 빠르고,

이미 넘치게 받고 있고,

이미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중이다.


중요한건 마냥 빠른 성장이 아니라,

더 안전하게 꾸준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곳의 생활을 충분히 즐기며,

콘텐츠로 어떻게 풀어낼지도 차분히 생각하며,

시간이 될때마다 주변 여행도 다니면서,

춤도 놓치지 말고 상황따라 추면서,

천천히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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