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사랑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고통이 된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일을 직업삼으면 그게 더이상 즐겁거나 행복해지지 않다고 한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일로 돈이 안 벌리면 그게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적당히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혹은 그냥 잘하는 일을 하라고.

그러면 크게 실망도, 배신감도 들지 않을 테니까.

사랑하는 일은 그냥 돈을 소비하면서 즐길 정도로 둬도 좋다. 그런 말.

조언 내지는 경험담으로 한국 문화속에 만연한 말인 것 같다.


일리있는 말이고, 그렇게 살아도 그 사랑하는 일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이 없다면 괜찮은데,

여전히 그런 마음이 있다면.. 그건 좀 안타까운 인생이 아닐까

그 꿈을 이루지도 못 하고, 그렇다고 내려놓지도 못 하고.


나에게 춤은 영혼을 팔아도 좋을 만큼 미치도록 사랑하는 일이었다.

23살, 늦은 나이에 시작하기 두려웠으나 막상 시작하고 보니

하면 할수록 더 간절하고, 애틋하고, 잘 추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벌써 춤을 사랑하고 춘지도 7년째 해가 된 요즘,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면 그 사람의 이런 저런 면도 보고, 편안해지듯이

나또한 춤과의 관계가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다.


한 때는 그랬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너한테 내가 모든 걸 다 갖다 바쳤어!!

그런 심정으로 춤을 췄다.

내가 거기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춤에게 보상받고 싶었는데,

내 욕심만큼 실력이 빨리 늘지도 않고 부상도 많았다.

재능이 없나? 노력해도 겨우 이정도인가? 싶은 열등감도 많이 들었지만

이젠 그런 재능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나에게 맞는 춤스타일, 춤의 색깔? 움직임의 느낌? 이런 춤속에 아이덴티티를 찾고 싶다는

생각조차 이젠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안다.


왜냐면 재능이 있든, 없든 순간순간 내가 춤을 추고 있음을 음미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단 걸 알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대부분 무용과를 졸업하고도 계속 직업 무용인으로 남는 비율이 5% 남짓인것도 그렇기 때문이겠지.

그들이 재능이 없어서 그만뒀을까? 우린 그런 오해를 하지만 그렇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용을 이어갈 흥미와 사랑이 없기 때문이리라.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스타일은 그저 내 춤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인데, 좀 더 선명한 방식이지 그것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면

집착이 되고, 그 스타일을 벗어나는 다른 무용수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고, 찾고 싶은 그 색깔과 스타일이란 것도 늘 바뀐다. 바뀐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만큼 계속 배우려하고, 찾고, 다른 무용수&안무가들의 말을 듣고 있다는 거니까.


내가 원하는 스타일, 색깔 나도 다 있긴 하지만 그것이 내 전부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과점, 놓치지 않을 방향성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지금 좋아하고, 꽤 오래 좋아했고, 내가 그걸 했을 때 사람들도 좋아했던

하나의 색깔일 뿐이지.

난 그 스타일을 예쁜 가면처럼 내 주머니 한켠에 넣어뒀다가 언제든 꺼내들 수 있을 정도로

잘 가꿔놓고 싶다. 그 뿐..


정말 중요한 건 이거다.

이젠 그냥 춤을 사랑했던 순간순간들에 감사했고,

앞으로도 춤을 추며 기쁨을 느낄 순간순간에 감사한다. 그거면 끝.


무용 유학을 가고 싶어,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싶어,

새로운 워크샵을 듣고 싶어,

더 나은 잘 트레이닝 된 몸을 갖고 싶어..

생각하기로 하면 늘 끝이 없었고 오히려 그러지 못하는 지금이 괴로웠는데


결국 중요한건

어딜 가나 무얼 하나 '나'라는 주체가 결국 영감의 원천이고, 춤을 추는 '내 몸'이 성전이니까.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 예전만큼 춤추는 시간을 깊이있게 못 가지는 것도,

돈이 부족해 원하는 무용수업을 다 못 듣는 것도 괜찮게 여길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약간 아쉬운 점은 춤을 통해 와지던 그 순수한 영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용강사로, 콘텐츠제작자로 일하다보면 현실에 사느라 그런 것에 에너지가 잘 쏟아지지 않는다.

마치 불을 켰다 껐다 쉽게 하듯이

현실에 생산적인 나, 영감에 순수히 깨어있는 나를 On&Off 하고 싶은데 아직은 쉽지 않은 부분인 것 같다.


회복하고 싶다..

스물네살 사회초년생 생각이 난다. 365일 영감이 떠오르고, 글상이 가득한 사람인 나는 그 사회초년생시절 아무런 글상도, 감수성도 느껴지지 않으니 참 당혹스럽고, 메마르고, 힘겨운 나날이었다.. 마음한켠에 '언젠가 그 영감이 다시 떠오를거야.' 라는 생각을 했고 실제 그런 날이 다시 왔지만 지금은 다시 영감고자시기인 듯 하다.(마치 이성애자도 양성애자도 아닌 그냥 무성애자가 된 느낌)

다시 외국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느라 돈을 모으느라 그런지도. 다만 그런 과정속에서도 꼭 불행하란 법은 없으니까 현실을 살아가는 순간순간도 내가 춤을 잘 추든, 못 추든 그냥 추는 순간을 사랑하게 됐듯, 돈 버는 방법을 배워가는 이 시간도 충만히, 순수한 희열과 영감을 느끼며 살아가자. 그또한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