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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여행 중 박테리아로 죽다 살아난 Ssul 2부


때는 2018년 2월 11일

1월 15일 한국에서 콜롬비아로 떠났으니 거의 한달즘 됐을 때였네요.

1부에서 이어지는 스토리입니다.


하루종일 토하다 잠들다 다시 일어나 토하고 잠들고..를

반복하다가 저녁즈음이 되니 속이 가라앉아서

무엇이든 먹어야겠다는 생존욕구가 올라왔습니다.

다행히 같은 룸을 쉐어하는 한국친구들이 있어서

부탁해서 양배추를 좀 사다달라고 했죠.


스페인어라곤 5단어 정도 밖에 말하지 못하는 저보다

더 스페인어를 못 해 현지인과의 대화를 저에게 의존했던

한국 친구들이라 그랬는지,

남의 아픔에 무심한 애들이었을지,

제가 그렇게 아픈데도 "아.. 진짜 많이 아픈가보다.." 그냥 그러고 말더라구요.

콜롬비아까지 놀러와 하루종일 노트북으로 영화만 보고 있는 친구들이

나를 책임지고, 병원에 데려가줄리가..

(객지에서 그렇게 해줄만한 여행친구를 만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입장바꿔 저라도 그건 힘들었을 것 같아요. )

아파 죽을것같은 심정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으나, 잘 나온 사진에 배신감이 든 건 처음이야


친구들은 한국에서 가져온 오뚜기 카레가루로

재료를 사다가 엄청 맛있게 카레를 해먹는데..

그 냄새가 진짜 미칠것같더라구요.

콜롬비아 음식 정말 맛없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이 단 하나도 안 떠오를 정도로 ㅋㅋ

(오히려 그 입에 안 맞는 음식을 1년간 어떻게든지 익숙해지고

먹어준 스스로에게 감사하죠..)


카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도

한국음식 비슷한 냄새만 맡아도 진짜 뇌에 스파크가 파바박!

냄새고문 당하며 밥과 양배추를 잘게 썰어 아주 푹푹 끓였습니다.

(당연히 혼자 셀프로..

그때즘엔 일어서 있을 힘도 없고, 머리도 아찔하고,

팔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도 내가 양배추를 썰어서 볶아서 죽을 끓였다니.. 생존의지란)


눈치도 없는 콜롬비아 주인집 아저씨는 그런 음식 처음 본다며

자기도 먹어보고 싶다고 접시를 내밀더라구요.

ㅋㅋㅋㅋ 여러분, 저게 바로 콜롬비아 스피릿입니다.

아프면 아픈대로 걱정해주지만, 맛있어 보이면 그 사람이 아파서 그러고 혼자 끓이고 있는데도

한국인이 생각하는 "눈치"같은 개념이 없어요. 열이면 열명의 콜롬비아인들이 접시를 내밀 거에요.


어쨌든,

그렇게 친구들이 만든 카레를 소스만 아주 조금 넣어 간을 내 양배추쌀죽을 끓여 먹었습니다.

다행히 그걸 먹곤 더이상 토하지 않았어요.

와아.. 진짜 핵.맛.있.음


하루종일 물도 못 삼키다가 친구들이 카레 해먹는 냄새만 몇시간씩 맞다가

내 입으로 음식물이 들어오니.. 세상 참 감사하더라구요.

그렇다고 통증이 가신건 아니었습니다.

위는 계속 찢어지는 느낌의 잔상이 있었고,

온 몸에 근육이 다 빠져나간듯 흐물거리고 있었죠.


하지만 다음날 바로 체크아웃을 해야했어요.

3명이 쓴 방이라 저렴하게 묵었는데 1박만 예약했어서

다음날 아침 룸을 쉐어한 한국 친구들이 다 다른 도시로 떠나고,

저만 남아 혼자 쓰기엔 방값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죠..


도대체 무슨 힘으로 짐을 싸서 10kg가 넘는 메인배낭과 3kg정도 되는 보조배낭을 메고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를 탔는지

지금으로선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나에게 처음으로 베이킹소다를 영접시켜준 호스텔 아주머니와 얼핏 보이는 몸보다 큰 짐짝 배낭


그렇게 남미에서 2번째로 큰 카니발이 열리는 Barranquilla(바랑끼야)를 떠나서

카리브해의 아름답고 작은 성곽도시 Cartagena(카르타헤나)로 향합니다.

기존에 계획했던 남미일주를 취소하고, 카르타헤나 지역에 있는

무용학교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죠.

한달간은 별 무리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그 뒤로도 4일 정도는 호스텔에 머물며

계속 양배추와 쌀을 사다가 죽만 끓여먹고 지냈어요.


그리고

그때 인생 처음이었어요..

변을 보다가 피가 후두둑 났던게..(한 두 방울이 아니라 진짜 후두둑)

아니, 우리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구요.

위가 찢어질 것 같이 아팠던 그 날 이후로 저는 위에 문제겠거니 싶어

급성위염을 오래 앓았던 한국 친구와 통화해서 조언대로 바나나를 챙겨먹었고,

나머진 하루종일 먹는게 양배추쌀죽과 물이 전부였어요.

매일 30도의 날씨를 웃도는 365일 여름인 적도지방이었기에 물도 하루 2리터이상 마셨는 데도

왜? 저는!! 심하게 단단한 변을 보았을까요??


어쩌다 영어를 좀 하는 정말 귀한!! 콜롬비아 사람 한 명을 만나(남미사람들 진짜 영어 못해)

붙잡아서 열심히 물어봤어요ㅠㅠ

"여기 오기 바로 전날 바랑끼야에서 위가 찢어질 듯 아팠다 어쩌구 저쩌구

토 엄청 하고 지금 죽만 먹는다 어쩌구 저쩌구

응가하다 피를 봤고 지금 너무 아야한다 어쩌구 저쩌구.."

"이거 혹시 물문제야?"라고 하니까

"콜롬비아는 수질이 좋은 편이라 그건 아닐걸.. 뭘 먹었어?" 라고 물어보길래

카니발에서 빵이랑.. 길거리 초리소(소세지꼬치)랑..

하자마자


"Oh my god!! 소시지를 먹었다구? 카니발에서?

길거리 소시지 자체가 위생적이지 않은데, 카니발기간에 위생은 정말 최악이야!

그 소세지에선 세균이 드글드글 했을거라구!"

"하지만 나랑 같이 소세지를 먹은 다른 친구들은 멀쩡한데?"

"복불복이지..

하필 니가 먹은 소세지에 파리가 똥을 쌌던가.. 아마 그랬을거야."

@0@.. ㅁ.. 뭐;;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식중독??




건강한 위,장!

쾌변을 위한 에세이 속 꿀Tip


속이 심하게 안 좋았다가 다시 회복될 때,

미음부터 흰쌀죽, 그 다음 양배추죽으로 순서대로 넘어가도 좋지만

소화에 좋은 양배추당근을 푹푹 삶아 함께 끓여먹는다면

토하느라 다 빠져나갔을 영양흡수와 쾌변에도 도움이 된다.

양배추의 식이섬유는 소화를 돕고, 비타민U는 위점막을 보호한다.

당근또한 풍부한 식이섬유와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있어

노폐물(안 좋은 박테이라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당근의 펙틴과 리그닌은 장의 벽을 보호하고 설사를 멎게 하는 작용을 한다.


*한마디로 내가 아픈게 위인지,장인지 알 수 없을때

양배추/당근을 같이 끓여 먹으면 위/장 모두에게 좋다!!

대부분의 경우에 위/장은 함께 아프고, 함께 좋아지니까~



여기서 잠깐!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꿀Tip

<순진해보이는 바나나씨의 무서운 두 얼굴>


춤에는 왜 바나나를 잘 섭취했음에도 극심한 변비에 시달렸을까??

바나나는 위점막보호에는 탁월하다 알려져 급성위염 환자들이 많이 섭취한다.

그러나 장에는?

장에 바나나가 맞는지는 사람마다 증상이 매우 다르다.

오히려 장에 감염된 박테리아균 중

바나나성분인 펙틴을 먹이삼아 더 증식하는 경우도 있어,

더 심한 설사/변비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18년 콜롬비아 여행중 박테리아 감염으로 죽다 살아난 Ssul 3부는
이번주 토요일에 이어서 연재됩니다!
- 다음주에는 덜 하드보일드한 얘기가 나올 예정. 아마도? -

제가 쓴 글의 마지막 꿀Tip은

여행지에서 소화가 안 되 정말 여러차례 고생할 때마다,

독일,쿠바,콜롬비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여행객,현지인들이 공통적으로 조언을 해준 지식입니다.

사실전달을 위해 최대한 의학적 근거를 찾아 적지만

현실에서 제가 가장 아플 때 바로바로 적용해보고

효과가 좋았던 것들을 에세이로 기록하고 있어요 :)

하지만 사람에 따라 섭취 후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 어떤 글도 확언은 아니고,

경험에 근거한 추천일 뿐입니다.

직접 본인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찾아 오늘도 쾌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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