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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박테리아 감염으로 죽다 살아난 Ssul -3부

웃음도 안 나올 콜롬비아의 비자청&의료시스템

그 때 바로 병원에 안 간 이유는 2가지가 있는데,
1, 해외여행자보험을 들긴 했지만 아직 한번도 안 써봐서, 보상이 될지 안될지 확실치 않아
병원에 가면 병원비 많이 나올까봐 무서웠어요.

2, 아직 스페인어를 잘 못하니 가봤자 알아듣지도 못하니 도움이 될까? 싶었어요.
생각을 깊게 안 하고, 다혈질인 남미사람들 특성상 전문직 의사조차
여유롭게 번역기를 돌려주지는 않을 거 같았어요.
같이 가서 스페인어를 영어로 좀 통역해줄 현지인 친구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그때만 해도 갓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서 현지친구가 한명도 없었구요.

그래도 참 미련했죠. 어려서부터
"아픈건 그냥 참다보면 낫는다.
괜히 엄살떨고 병원에 달려갈 필요없다"
그렇게 배우고 자라서
아파도 스스로 아픈 걸 잘 안 챙기고, 그냥 언젠가 낫겠지.. 그렇게 생각해서
잠시 아프고 말 걸, 몇주 몇달간 아플 때도 많았어요.

겨우 영어를 잘하는 현지인을 만나도 병원에 같이 가달라 부탁할 생각을 못 하고,
계속 혼자 버티다보면 괜찮아지겠지.. 싶었어요.
남한테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고, 눈치보는 제 습관
그런 것들이 여행할 때 참 불편해요.

결국
오래 머물 하숙집을 구했을 때 위가 찢어질 것 같이 아픈 뒤,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쌀밥과 양념이 된 닭다리를 먹었는데
속이 막 불편하지 않아서 그 뒤로 그냥 일반적인 콜롬비아 가정식을 먹고 지냈죠.

일반적인 콜롬비아의 아침식사. 매우 심플하고, 매우 맛이 없다. 1년 내내 먹어 익숙해졌었지만 두번 다시 생각나진 않는다.

한달반 정도 그렇게 계속 지냈어요.
소화가 썩 잘 된다거나, 속이 편안한 느낌은 없었지만
설사/변비를 반복하긴 해도 어쨌든
밥은 넘어갔으니 그냥 살았죠.

병원에 가기전 증상을 스페인어로 잘 설명해야할 것 같아 한국 스페인어 선생님께 통역을 부탁드린 내 상태.. 다시 읽어보니 생고생했네 ㅋㅋ

그렇게 콜롬비아에 온지 3개월이 된 4월 19일 무렵,
아직 학생비자를 받을 수 없어
관광비자를 3개월 더 연장해야해서 비자청을 방문했습니다.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지방 비자청

통역을 부탁한 친구와 함께 차례를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남미 사람들 특유의 소달구지 끄는 정도의 업무처리로..
웨이팅이 4시간이 넘어가 정신적 한계에 다다를 때즘,
몸이 전체적으로 뭔가..

닭살이 돋는 느낌?이 들더니
얼굴에 식은땀이 줄줄 나더라구요.
친구가 제 얼굴을 보더니 "너 괜찮아? 너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
안 괜찮은 것 같아 그 날 학교에 못 간다고 연락을 해두고선
갑자기 속이 뒤집어져 또 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아픈건 처음 아팠던 날 위가 찢어지게 아팠던 그 느낌과
또 다른 아픔이었어요.

한달반 전에 아팠던 날은 위만 찢이지듯 느낌이었다면,
그 날은 위장이 다 뒤집어지는 느낌이었어요.
화장실을 오가며 몇번을 토하고,
1-2시간이나 더 기다린 뒤에
드디어 제 차례가 되서 비자연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겨우겨우 바나나 반쪽을 먹는데 속이 더 열렬히 아파서
그 마저 다 토하고,
여러번 효과를 봤던 BIcarbonato(비까르보나또!)
베이킹소다를 물에 타서 마셔도 그 마저 다 토했어요.

안되겠다 그때 바랑끼야 카니발 소세지사건 이후로 위장이 나은게 아니었구나..
2월부터 4월인 지금까지 내 위장이 정상이 아님을 그제서야 실감하면서
친구에게 부탁해 같이 병원을 갔습니다.


죽겠어도 한국에 가족들은 웃기고 싶은 개그욕심

그 때 25년 인생 처음으로 링겔을 맞아봤어요..
영장제+진통제도 같이 맞으니 기운이 좀 나는게 신기하더라구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속이 뒤집어져서
포도당 주머니를 들고 중간중간 화장실에 가서 계속 토하고..

제가 너무 걱정되었던 친구 어머니는
전해질 음료를 사오셔서 병뚜껑에 음료를 조금씩 따라서
먹여주셨어요. 그게 콜롬비아 물가치고도 약국에서만 파는
굉장히 비싼 전해질음료였는데..
저도 손 떨려서 안 사던 그 비싼 음료를
사주시는 그 마음이 지금 생각하니 너무 감사하네요.
(물론 그 땐 그 마저도 다 토했지만..)


그때 같이 사진도 못 찍은 내 친구와 친구어머니.. 지금 돌아보니 너무 아쉽다ㅜㅜ

그렇게 한없이 누워서 의사가 나를 불러주길 기다리는데
대사관에 이어.. 콜롬비아 병원도 한없이 대기타다가 6시간 넘게 기다려
드디어 의사를 만났어요.
(그 모든 시간을 곁에 있어준 친구랑 친구어머니 정말 감사합니다ㅜㅜ)

대변검사 결과를 보니,
음식 뭘 잘 못 먹어서, 장에 박테리아균이 감염되
위통증부터 장염까지 계속 일으키고 있었던거라고
안티 박테리아 약을 처방해주었어요.
(박테리아 감염?? 와.. 평소에 소화는 잘 안되도 태어나서 식중독도 한번 안 걸려봤는데..)
콜롬비아산 박테리아에 감염됐다니 기분 요상하더라구요.

제가 스페인어로 말한걸 영어로 친구가 통역해준 내용이고,
설명을 상세히 해주지 않을 뿐더러
3년전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바나나를 먹었다 하니까
"바나나는 먹지마!"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박테리아균은 바나나를 영양분삼아 더 커지고,
통증이 심해졌을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빵과 소고기 같은 건 먹지말고,
닭가슴살, 파스타, 전해질음료, 과일을 잘 챙겨먹으라고 했었어요.

특히나 안티 박테이라약은 독한거라 변비를 유발하니
수분섭취를 충분히 해야한다는 말을 다시한번 강조해서 들으며 병원을 나왔습니다.
실제 안티박테리아 약과 그 전해질음료를 같이 처방해줬어요.
한국에선 그런 전해질음료를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일은 없는 것 같은데 특이하죠?



그 뒤로, 더이상 변비를 겪지 않기 위해 하루 3리터씩이나
물을 마셨는데도!!
계속 고생하다가 제대로 변비탈출을 한 이야기
내일 4부 최종화에서 이어집니다!

오늘의 에피소드 Key Point!

평생 한국에서 길들여진 아시아인의 몸인 제가,
처음 겪는 환경과 음식들이기 때문에
그냥 말로는 똑같은 식중독, 급성위장염 이지만 실제 겪을 때의 고통이
너무 생경하고, 겪어보지 않은 아픔이라, 빨리 안 나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콜롬비아에서 감기에 걸렸을 때 한국에서 사간 감기약을 먹으면 약효과가 없었어요.
한달간 감기가 안 떨어져서 콜롬비아산 감기약 독한걸 사먹으니 그제야 3-4일 뒤에 나았던 것처럼요.

한국의 파리똥이나 박테이라는 많이 경험해봤겠지만, 그 나라의 기후와 환경에서 자란
파리세균은 겪어보지 않았을 거 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더 고통스러웠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장티푸스, 말라리아 이런 외국에서 걸려와 죽는 감염병.. 자꾸 그런게 떠올랐어요.ㅜㅜ)

남미도 아프리카에 비하면야 많이 개발됐지만,
위생에 대한 개념은 한국에 비하면 많이 뒤떨어져 있어요.
(그렇다고 모두가 그런건 아니고요^^ 어떤애들은 엄청 깔끔!)
한국 길거리음식은 제가 보기엔 대체적으로 위생이 정말 좋은 편 같아요.
그러나 남미 특히나 카리브해 적도지방은 365일 여름이고, 습해서 위생이 좋기가 쉽지 않아요.
보고타, 메데진 같은 시원한 내륙지방을 여행하실때 길거리음식이나, 시장음식을 먹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길거리에서만 파는 현지음식이 있는데 궁금하니 먹어봐야지 않겠습니까?ㅎㅎ
하지만 바랑끼야, 카르타헤나, 산타마르타 같은 365일 여름인 해안가 지역의 길거리 음식은 비추드립니다.
먹어본다면 엠빠나다 같은 튀김은 그나마 괜찮은데 소시지는 진짜 절대 먹지 마세요ㅜㅜ

오늘의 꿀Tip.

1, 왠만한 해외여행자보험은 아픈 원인이 있어 찾아간거면
진단서, 처방전, 약국 영수증만 증빙하면 전액환불 가능하다.
그러니 행여 환급 못 받는건 아닌가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빨.리. 병원을 가자ㅜㅜ
실제 스스로 여행중인 나라의 언어 능력자가 아니라면 반드시
2, 통역을 해줄 친구를 데려가자. 특히나 남미에선 병원이든 관공서든 사람을
한국에서처럼 서비스 넘치게 제대로 대우하고 챙겨주지 않고,
차례도 엄청 오랫동안 기다려야하니 한번
받을 수 있을때 궁금한건 한번에, 제대로, 다, 물어봐야한다!

<먹거리 포인트>
밀가루는 안 되는데, 파스타는 되는 이유?
일반밀과 파스타에 쓰이는 듀럼밀은 아예 밀 종류가 다르다.
실제 인터넷 상에서도 빵은 소화가 안되는데 파스타는 소화가 잘 된다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파스타는 속이 편하고 소화가 잘 되는데
대중적으로 명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 같지 않다. 정보는 더 찾아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파스타면으로 사용되는 듀럼밀은 일반 밀에 비해 소화흡수가 느리다고 한다.
주로 밀가루 음식의 문제점은 글루텐때문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듀럼밀에는 없고 일반밀에는 있는 특정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도 원인일 수도..
듀럼밀이 일반밀보다 글루텐 함량은 더 높기 때문에 글루텐의 원인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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