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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스네일 Feb 23. 2019

그만 좀 못나고 싶습니다

못난 행동을 했다고 못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몇 해 전, 유명 팝 가수가 내한공연을 왔을 때의 일이다. 예정대로 지켜지지 않은 입출국 시간과 진행되지 않은 리허설 등이 무성의한 태도로 비쳐져 SNS  상에서 상당한 논란이 됐다. 기대가 컸던 국내 팬들은 공연이 끝난 뒤 그의 개인 SNS  계정을 찾아가 비난과 항의의 댓글을 퍼부었다. 물론 그의 행동에 확실히 프로답지 못한 불찰이 있던 게 사실이고, 주최 측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태를 보며 한편으로는 이 사회가 유명인이 겸손하지 않은 것을 너무도 못 견뎌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권력을 남발하는 갑질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가 겸손이 미덕인 사회를 살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명성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조금이라도 불친절하거나 거만한 태도를 보이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검열, 비판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 가수가 그런 행동을 보인 게 특별히 인성에 문제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게 되기 쉬운 존재는 아닐까. 우리는 처한 상황과 환경에 영향받기 쉽고 유약한 도덕성을 기본 값으로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더 경계해야 한다.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이 내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힘든 상황이 나의 태도를 합리화하거나 스스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어른이 되기만 한다고 다 어른스러워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여전히 철이 없고,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와 반성을 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하기 여러 번. 그렇게 사는 동안 다양한 못난 행동들을 한다. 하지만 그건 그저 우리가 사람이라는 방증일지 모른다. 그러니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자기 반성은 지나친 자책으로 번지기 전에 적절한 선에서 그만 끝내고, 그저 전보다 나은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못나고 보잘것없던 나의 모습들과 현재의 나의 가치를 연결지어 생각하지는 말자.


과거란 도망치려 할수록 뒤쫓아 오고, 붙잡으려 하면 이미 사라져 있는 것. 만약 과거가 현재를 잠식하려 한다면 이불 한번 세게 걷어찬 뒤 눈을 감고 과거의 나를 만나러 가 보는 건 어떨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 모습은 어린아이일 수도 소년, 소녀일 수도 혹은 바로 어제의 나일 수도 있다.


가서 말없이 꼬옥 안아 주자.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 보길 바란다. 내가 못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가슴 깊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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