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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스네일 Jul 20. 2020

세상과의 관계에서 을이 되지 말기를

을의 관계는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알지만, 관계에서는 마음이 더 큰 쪽이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연인뿐만 아니라 친구나 지인, 동료 관계에서조차도 서로에 대한 태도의 높낮이가 미세하게 다름을 느낄 때가 있다.
혹시 상대의 작은 친절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반대로 타인의 무심한 행동에 혼자서 마음을 끓이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일이 유독 잦다면 당신은 그 관계에서 을을 자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절대적 폭이 좁아지는 시기에는 외로움에 취약해지기가 더욱 쉽다. 폭이 지나치게 좁아서 사람을 필요로 하다 보면 주변의 모든 관계가 그 존재만으로도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내 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상대가 관계에서 자신만을 우선시한다면 그 존재 자체로 고마워할 것까지는 없다. 모든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 아닌가. 상대도 나와의 관계에서 얻는 가치가 반드시 있을 테니 누군가 나를 찾아 주는 것만으로 빚진 사람처럼 굴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나 상황에 따라 나의 입장이나 태도 역시 자연스레 달라진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한때는 나도 누군가에게 갑이었거나 지금 갑질을 진행 중인지 모른다. 그러니 언젠가 을이었던 혹은 지금 을인 스스로를 지나치게 가엽게 여길 필요 또한 없다.

다만 현재 어떤 관계에서 을의 역할을 취하고 있다면, 그런 태도가 그다음의 관계, 나아가 나 자신과의 관계에 연결되고 나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스스로가 을의 역할을 벗어던지지 않는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을이 되어 버릴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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