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점, 그리고 아쉬웠던 점에 대한 생각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플랫폼 29CM과 어른이들을 위한 문구 브랜드 포인트 오브 뷰가 공동 주최한 인벤타리오에 다녀왔다. 인벤타리오를 기획자의 시선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29CM은 왜 문구 페어를 기획했을까?
무서울 만큼 AI의 영향력이 커지는 세상.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문구는 손으로 직접 쓰고 꾸미는 데 필요한 물건이라는 점에서 아날로그를 대표하는 카테고리다. 가꾸(가방 꾸미기),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등 꾸미기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구 페어 개최의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2. 29CM과 포오뷰는 이번 페어로 어떤 걸 얻었을까?
콜라보 마케팅은 양 쪽이 얻을 수 있는 베네핏이 확실할 때 성사된다. 이번 페어를 통해서 29CM과 포오뷰는 각각 아래와 같은 베네핏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29CM
1) 신규 회원 유치
문구 페어 티켓은 29CM에서 판매했다. 애초에 회원 가입을 해야만 티켓 구매가 가능했던 페어였고, 현장에서도 신규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친구 따라 온 사람들, 29CM을 몰랐던 혹은 알면서도 사용하지는 않았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기회였을 거다.
2) 소비 접점에서의 플랫폼 연상 강화
페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29CM에 패션, 인테리어 브랜드뿐만 아니라 문구 브랜드도 많이 입점되어 있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인벤타리오에서 취향에 맞는 문구 브랜드를 만난 경험은, 추후 해당 브랜드 구매 시 29CM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할 것이다.
3) 브랜드 자산 강화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하는 29CM은 큐레이션에 강점이 있는 브랜드이다. 이번 페어는 29CM의 큐레이션 안목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넘쳐나는 브랜드들 사이에서 '감도 높은 브랜드를 제안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포오뷰
브랜드 입지 강화
포오뷰는 문구 카테고리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페어였다. 페어를 개최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수많은 문구 브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그 이미지가 격상되지 않았을까 싶다.
3. 좋았던 포인트 & 인상 깊었던 부스
1) 인벤타리오 쇼핑백
문구 페어이니만큼 작고 자잘한 것들이 많았는데, 입장과 동시에 받은 인벤타리오 쇼핑백 덕분에 전시 관람이 한결 수월했다. 관람객들에 대한 배려라고 느껴졌다. 밖에 나가 들고 다니면 백 자체가 하나의 광고판이 된다는 점에서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에게 의미 있는 아이템이었다.
2) 전시 스토리텔링
취향이 뚜렷한 사람들의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설계한 전시 스토리텔링도 좋았다. 나도 나만의 취향을 더 잘 가꿔 나가고 싶다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3) 오롤리데이의 part part 노트 (팥팥 노트)
나에게 필요한 속지만 골라서 만드는 노트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 기획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좋게 봤다. 팥팥 노트 구성 예시를 다양한 페르소나를 통해 보여준 점도 눈여겨볼 포인트였다.
4) 가위(kawi)의 포장 가이드
포장 패턴지 브랜드인 가위에서는 박스, 와인 병 등을 예쁘게 포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를 배포했다. 제품 활용 가이드를 제공함으로써 구매 이후의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올려주는 장치라 좋았다.
5) 소소문구의 전시 구성
소소문구 전시의 키워드는 '배움' 이었다. 배움의 주제를 마케팅, 철학, 개발, 디자인 등으로 나누고 그 카테고리에 딱 맞는 자사 제품들을 큐레이션 했다. 서랍을 열었을 때 관련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도 신선했다. 다만 전시 공간이 굉장히 협소했는지라, 모든 서랍을 하나씩 열어보기엔 어려움이 있어 아쉬웠다.
4 아쉬웠던 점
29x포오뷰 전시 공간
키워드별로 큐레이션 된 아름다운 물건들에 눈이 즐거웠고 문구를 소개하는 카피에서 다정함도 느꼈다. 하지만 다소 겉치레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꽤 넓은 공간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 잘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메세지가 좀 더 분명했으면 어땠을까. 맘에 드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을 때 그게 어느 브랜드의 어떤 물건인지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아쉬웠던 포인트. 내가 기획했다면 각 섹션별로 큐레이션 된 물건들의 리스트를 좀 더 잘 보이게 배치해두고, 큐알코드 연동을 통해 앱 페이지로 랜딩 되도록 설계했을 것 같다.
지금의 문구는 '나라는 사람의 취향을 보여주는 물건' 에 가까워진 것 같다.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아날로그에 대한 니즈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감도 높은 문구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첫 번째 인벤타리오의 아쉬웠던 점 들 (특히 방문객 인원수를 컨트롤 하지 못한 점과 현장 관리 인력 부족에 대한 아쉬움) 을 개선해서 내년에 더 나은 인벤타리오로 문구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