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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단단 Dec 16. 2023

겨울에 읽기 좋은 먹먹한 감성의 한국소설 4권  



겨울이야말로 독서의 계절입니다.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책 읽기 좋은 컨디션을 만듭니다. 따뜻한 커피, 포근한 이불, 온화한 실내공기, 그리고 책.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들이 감싸고 있는 겨울은 책 한 권을 감상하기에 아주 적절한 계절입니다. 


겨울에는 어떤 책이 끌리시나요? 저는 겨울의 차분함 속에 숨겨진 쓸쓸함과 먹먹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책들이 끌립니다. 특히, 새로운 해가 시작된 1,2월의 겨울보다는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의 겨울에는 더더욱 쓸쓸함과 울적함이 느껴지는 책들이 생각나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주제는 겨울에 읽기 좋은 '먹먹한 감성'의 한국소설입니다. 





포근한 눈밭에 내려앉은 먹먹함

겨울에 읽기 좋은 한국소설 4권 





1. 모순 - 양귀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세상살이에 대하여



20대 중반의 여성 안진진은 어느 날 자신의 인생에 온 생애를 걸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되돌아봅니다. 독특했던 아버지, 이모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 일란성 쌍둥이의 어머니, 소녀 같았던 이모, 남동생, 그리고 애매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존재까지. 직업도, 성격도 정반대인 두 남자 사이에서 결혼을 고민하며 안진진은 자신을 알아가고 모순투성이인 세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세상 속의 우리는 모두 모순적입니다. 보여주고, 보이는 것이 많은 세상에서 비교와 질투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인생의 중심축을 확고하게 세우기 위해 이 얄궂은 모순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이 문장에 조금이라도 공감이 간다면 꼭 '모순'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check!

-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 모순투성이의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면 좀 더 편안해질까요?







2.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 시절 이야기


인왕산 산자락에 사는 소년 동구는 난독증이 있으나 심성이 착하고 순수합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모든 것을 참는 어머니, 모진 말투의 친할머니까지. 동구의 가족은 화목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섯 살 터울로 여동생 영주가 태어나고, 어여쁘고 똑똑하면서 표현도 잘하는 영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보석 같은 존재로 사랑받습니다. 이후 동구는 자신 앞에 펼쳐진 인생사를 마주합니다. 박 선생님과의 만남, 주리 삼촌과의 대화, 영주와의 에피소드를 겪으며 동구는 점점 성장해 갑니다.


정치적 혼란기이자 가부장제의 과도기, 이제는 40년 전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모습을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이야기는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눈물을 짓게 만들 만큼 감동적이고 먹먹합니다. 


check!

- 나의 어린 시절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나요?

- 나에게 영향을 준 어른은 누구인가요?






3.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문미순 

「모든 삶은 그대로 하나의 인생이다


13평 남짓한 임대주택에서 치매가 있는 노모를 돌보는 50대 딸 명주,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청년 준성은 서로 옆집에 사는 이웃입니다. 어느 겨울날,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며 두 인물은 험난한 인생길의 길목에 다시 서게 됩니다. 암울하고 캄캄한 인생, 절망과 피폐함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사람들 간의 연대를 보면 왠지 모를 울컥함이 느껴집니다. 


누군가에게 어느 날 맞닥뜨려진 돌봄 노동의 몫은 오로지 그 개인이 짊어져야 할 짐일까요? 초고령화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그 누가 돌봄 노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우리네 이웃의 삶을 순간 포착한 장면이자, 생각해 볼 만한 사회 현상입니다. 


check!

- 당장 가족에게 돌봄이 필요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고난과 절망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4. 작별인사 - 김영하 

「인간의 삶이 의미 있는 이유에 대하여


초지능화된 인공지능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가까운 미래, IT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철이에게 삶을 뒤흔들 변화가 찾아오게 됩니다. 인간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대체하는 인공지능, 로봇, 휴머노이드들의 세상에서 철이는 자신의 삶과 존재 의의에 대하여 탐구합니다. 인간의 의식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의식과 육체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철이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읽는 이의 삶에 철이의 질문이 던져지게 됩니다. 


현실감 느껴지는 SF소설답게 술술 읽히는 초반부와 의식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가득한 중반부, 인간의 삶은 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하여 달려가는 클라이맥스 후반부까지, 참으로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먹먹함과 함께 삶의 숭고함이 느껴집니다. 



 check!

- 인간의 삶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이 네 권의 책들에는 실제로 겨울이 자주 등장합니다. 한 해의 끝자락, 찬 공기, 하얀 입김, 흩날리는 눈, 쓸쓸함과 먹먹함, 그 속의 따뜻한 온기. 지금의 겨울과 참 잘 어울리는 책들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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