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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긷는 여인

부자로소이다

by Bora

하루 수차례 물을 긷는다
정수한 물로 주스와 식혜를 만들고
국을 끓이고 밥을 짓고 커피를 내린다

분주한 몸짓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수기 뚜껑을 열어 물을 가득 채운다

필터를 두 번 통과하며

한 방울, 두 방울 물이 차오르자

어느새 하얀 필터에 진흙이 내려앉는다


맑은 물이 한통, 두통, 셋 통 늘어나니

부자가 된 듯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그자주 단수가 된다는

김선배 댁으로 물을 날라야겠다


어제 물을 길었고

오늘도 물을 긷고

내일 또한 물을 길을 것이다

'목마른 자여, 내게 오라' 소리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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