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귀가
지난 금요일 새벽 3시에 그가 나이로비에서 돌아왔다. 그답게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곳저곳을 확인부터 한다. 그녀는 새벽잠이 많기에 그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다가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이블 속으로 들어가서 차가운 몸을 반달처럼 웅크리곤 곧바로 잠에 빠져 들었다.
아침엔 그가 캐리어와 작은 박스에서 꺼내 놓은 물건을 곁눈질로 바라보곤 아이의 도시락부터 준비했다.
그가 테이블에 꺼내 놓은 것들은 그녀가 가족 왓젭방에 심술궂게 올려놓은 귤이다. 케냐 슈퍼마켓 과일 코너에 전시된 먹음직스러운 귤은 대부분 남아공에서 수입된 거다. 귤가격은 시즌마다 다른데 꽤 비싼 편이다. 출하한 과일은 냉장에서 오래 보관하다 보니 어떤 때는 귤이 수분이 없고 푸석푸석하다. 그가 산지에서 출하된 귤을 비행기로 가지고 온 것이다.
뽁뽁이로 포장해 온 올리브유는 남아공에서 사는 후배가 공장에서 가서 직접짜온거란다. 뜨거운 물에 레몬즙과 올리브유를 섞어 마시면 새콤달콤하니 앓던 감기가 금방이라도 달아날 것 같다. 케냐에 '울 월스'라는 옷가게 있다. 그곳엔 최근 몇 년 전부터 옷뿐 아니라 신발과 악세시리까지 전시되어 있다. 남아공에서는 '울 월스'매장은 대형슈퍼마켓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그는 딸아이가 좋아할 만한 기념품으로 열쇠고리와 젤리, 작게 포장된 과자류와 얼굴 보습에 좋다는 로션을 선물로 사 왔다. 주황색의 신선한 귤 한 박스는 그녀의 선물이 되어버렸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니 맘과 삶이 편안하다. 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녀의 몫이 끝났다. 그는 물통 뚜껑을 열어보며 물스위치를 킨다. 연달아 쌓여있던 옷들을 세탁기로 두 번을 돌리고 야외 빨랫줄에 옷을 넌다. 그가 나이로비에 오니 햇살이 더 아름답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