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출장 중입니다, 사흘
빈자리
그와 그녀는 다른 곳에 있지만, 장거리로 데이트를 하는 연인처럼 카톡과 왓젭을 넘나들며 수시로 안부를 묻는다. 그는 남부 아프리카, 그녀는 동부 아프리카에 있지만 두 곳의 시간 차는 1시간 밖에 안 난다. 동아프리카는 남아공에 비해 1시간이 빠르다.
오늘 아침, 그녀는 딸아이의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보내 놓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러 메시지를 확인했다. 다음 주 월요일엔 제주도에서 다섯 분의 손님이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그중 그녀와 소통하는 한분께서 다섯 명 모두가 E-비자를 받았다면서 약과 옷 외에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겠냐고 물어왔다.
그녀는 2주에 한번 꼴로 코리안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제는 한복과 한국 밥상을 소개했다. 화려한 한복을 입고 김치를 시식하며 짧지 않은 2시간 동안 젊은이들은 즐거움의 시간을 가졌다. 그네들은 알록달록한 한복이 신기하고 예쁜지 패션모델처럼 여러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 케냐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녀는 그들이 한국음식인 잡채와 김밥을 준비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손님과 함께 음식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손님에게 답을 드리고 남아공에 있는 그로부터 온 카톡을 열었다.
"케냐 대사관에 국제운전면허증을 만들 수 있는지 문의를 해줘"
그녀는 꼭 들어야만 하는 강의를 청강하기 위해서 노트북을 켜놓은 상태였고 온라인 사이트에 홍보할 내용을 올려야 만했기에 마음이 분주했다.
무엇보다도 가슴이 답답한 것은 집으로 들어오는 물이 끊긴 지 5일째였기에 심란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엔 약속이 있는 바람에 대문을 열고 나오니 주인아저씨가 부른 물차가 공용 물탱크에 물을 채우고 있었다. 그 전날에도 물차 두대가 왔으니 15,000리터의 물을 채우는 중인 것이다. 그가 남아공으로 출발하기 전에 공용 탱크에 물 20,000리터를 넣으면 주인아저씨와 돈을 반반씩 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녀는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물값을 미리 지불한 주인아저씨에게 돈을 보내고 싶어서 스왈리어와 영어로 문자를 남겼다. 금요일과 당일 아침에 네 번의 물차를 불렀냐는 문자를 보내놓고는 잠이 들었다.
어제 아침에 대문 밖에서 만난 주인아저씨는 그녀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면서 20,000리터의 물을 공용탱크에 넣었다고 한다. 그녀가 물 차는 세 번 밖에 보질 못했다고 했으나 아저씨는 어제 오후에 물차가 한번 더 다녀갔다고 한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의 말을 받아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물이 안 들어올까요?"
아저씨는 물을 넣었는데 그 물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녀는 주말이면 청년들이 센터에 오기 때문에 그들이 물을 많이 사용했나 싶어서 주인아저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기드온에게 센터에 물이 있냐고 물어보니 그는 센터에 물이 아예 안 들어와서 뒷집에 가서 물을 얻어온다고 한다. 그 물은 빗물을 탱크에 모아둔 것이었다. 그녀는 공용 탱크의 물은 센타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곳으로 연결된 밸브를 주인아저씨가 잠갔다는 것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집으로 들오는 파이프에도 물이 조금씩만 흘러 들어왔다.
때마침 대문 앞으로 아저씨의 며느리와 손주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그녀는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안아주면서 손에 사탕을 쥐어 주었다. 그녀는 메리라는 주인아저씨의 며느리에게 안부를 물었다.
"너희 집에는 물이 있니?"
"어제 우리 집 탱크에 물을 채웠어요."
그녀는 공용탱크로 들어가야 할 물을 주인아저씨가 본인에 자식의 집에 넣어 주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센타로 가는 물 밸브도 잠그고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파이브로도 물이 안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남아공으로 출장을 간 그는 "주인아저씨는 정직한 분이니 반반씩 물값을 지불해" 라고 말앴다 그녀는 불만이 가득 찬 마음으로 그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서 카톡을 보냈다.
"주인아저씨가 물탱크에 물을... 이게 정식한 거야?"
그녀는 유럽 같은 남아공에서 터프한 동부아프리카 케냐로 그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