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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출장 중입니다, 엿새

기다림

by Bora

어젯밤 실내에 널어놓은 옷을 걷어서 해가 잘 나는 야외 빨랫줄로 옮겨 널었다. 반건조가 된 옷은 햇살을 잘 받아내며 바싹 말라갈 것이다.

커다란 다라 안담긴 물에 락스를 풀고 그 안에 흰옷 몇 가지를 밤새 담가놓았지만 아침에 확인하니 흙물이 여전히 빠지질 않았다. 어젯밤 잠들기 직전엔 흙물이 든 옷을 어떻게 깨끗하게 없애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유튜브로 찾아보았다. 베이킹소다와 주방세제를 넣고 조물조물하라고 한다. 그녀는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최대한 힘을 주워서 옷을 빨았다. 그래도 황토물이 빠지지 않아서 다시 식초를 첨가해서 조물 거리며 옷을 행구워 주었다. 스웨터는 거의 흙색이 빠져서 효과를 보았지만 면종류의 옷들은 흰색깔로 돌아오질 않아 냄비에 옮겨 담아 옷을 삶았다. 그러나 그다지 효과를 못 봤다. 아침나절부터 힘이 빠진다. 담부터는 흰옷은 무조건 손빨래다.


지인이 6월 말에 케냐를 떠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케냐에서 7년을 살았다고 한다. 모든 게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라서 그도 어안이 벙벙한가 보다. 무엇보다도 예고가 없었던 이별은 슬프다. 얽히고설킨 사연들, 오해, 억울함과 괘씸함, 상처를 안은 그의 마음을 하나님이 위로해 주시고 눈물을 닦아주시길 기도한다.


재외국민투표가 월요일부터 작되었다.

"누굴 뽑아야 하나?"

아침까지 고민하다가 외출하기 직전에 결심을 하고는 대사관에 가서 기호 몇 번에 도장을 꾹 눌렀다. 이 번 대통령 선거 투표를 위해서 먼 길에서 온 K와 케냐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자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그녀는 진한 생강차와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K는 데리야끼 치킨을 주문했다. K는 사람이, 말이 고팠는지 정오 12시부터 3시간 넘게 입에 오토바이를 단것처럼 숨 쉬는 것조차 아까운 듯 말을 쏟아냈다. 그녀는 말하고 나는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귓속에서 벌이 날갯짓하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소낙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흙냄새가 올라오는 데 어릴 적 복숭아 과수원의 원두막에서 비를 피하던 게 기억난다. 비가 이리저리로 산과 들로 쏘다니며 춤을 추던 모습이 참 신기했다. 원두막 주위로 싱그러운 자연의 냄새가 물씬 풍겼던 한 여름의 오후. 오늘도 오후부터 내린 빗님이 집둘레를 대청소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내일 이른 아침에 그가 출장을 마치고 나이로비로 돌아온다. 에티오피아에서 케냐로 출발할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그가 가족 왓젭방에 소식을 올렸다. 조모 케냐타 공항에 새벽 1시 30분에 도착이란다. 새벽에 남아공으로 가던 그가 새벽에 로워 카베테 집으로 온다. 카리브 싸나.(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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