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에서 마트 하면 까르프다. 아이들의 학교 부근에 까르프 본점이 있다. 물건 종류는 다른 지점에 비해 다양하고 야채며 고기 손질도 잘 되어 있다.
지난 금요일에 사 온 갈비 2.5kg를 김치 냉장고에서 3일간 숙성을 시켰다. 갈비 1kg에 한국돈 7천200원쯤 한다. 한국 식품점에서 깔끔하게 손질해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영락없이 손질을 다시 해야 한다. 찬물에서 핏물을 3시간쯤 뺀 갈비를 날이 선 칼로 뼈와 뼈 사이를 잘라 준다. 살과 살 사이에 낀 노란 지방과 투명한 막과 심줄도 떼 주어야 한다. 이 또한 버릴 수 없는 것이 우리 집 두 마리의 개에게는 요긴한 밥이 된다. 큰 검은색 져먼 셰퍼드 이름은 볼트이고 하얀색 스피치는 곰돌이다. 내가 고기 요리를 하는 날이면 울 집 개들도 덩달아 좋아한다.
아들은 한국 나이로 18살이다. 올해 8월이면 12학년 된다. 고3이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졸업은 한국 학교보다 한 학기 앞선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의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을 했다. 아들은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통해 공부를 하다 보니 소화가 안된다며 1일 1씩을 선택했다. 그때쯤 살이 갑작스럽게 찌다 보니 나름 걱정이 되었나 보다. 한국 유튜브에서는 하루 한 끼 식사가 유행이었다. 한 동안 탄수화물보다 고기와 과일로 배를 채우던 아들 녀석은 이번 1월 학기부터 1일 2식을 시작했다.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량을 채우듯이 아들의 한 끼 식사는 과히 씨름 선수만큼 먹는다. 정말이지 국 한 사발, 밥 한 그릇, 고기 한 접시에 후식으로 빵이나 과일까지 챙겨 먹으니 고기 요리가 없는 날이면 시무룩하기 까지 하다.
아들을 위해 오늘 저녁은 갈비찜을 준비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자가 차로 40분쯤 걸린다. 학교 안에는 매점이 없고 길거리 음식이 발달한 곳이 아니다 보니 9시간 동안 먹는 음식이라곤 도시락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집에 오자마자 오븐 위에 있는 냄비의 뚜껑을 모조리 열어보기도 하고 냉장고 안을 눈으로 구석구석 뒤진다. 저녁식사가 이렇다 할 만하게 없을 때는 괜스레 미안하다.
요리 전용 압력밥솥에 손질한 갈비와 물을 넣고는 냉동고에 얼려 놓은 귤과 사과 껍질, 바나나, 마른 고추, 편으로 썰어 놓은 생강, 통후추와 커피빈까지 넣었다. 가스 불은 가장 센 불로 켰다. 밥솥 추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불을 중간으로 맞추고는 20분간 더 삶아 준다. 추의 김이 다 빠지면 고기만 건져 내어 불순물을 제거한다. 깔끔이 씻은 압력솥에다시 갈비를 넣고 간장과 굴소스, 소금, 후춧가루, 설탕, 생강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어 잘 섞어놓는다. 2시간쯤 재워 놓은 갈비에 보랏빛 양파와 포슬포슬한 감자와 단감처럼 달달하고 단단한 당근을 썰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참기름과 물을 넣어 모든 재료들을 섞은 후뚜껑을 살짝 덮고 15분쯤 끓여 주면 갈비찜 요리는 완성이 된다.
삶기 작업
어제 오후 3시쯤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면서 폭우와 함께 우박이 '우당탕탕' 내렸다. 케냐에서 내 엄지손톱 만한 우박은 처음 본다. 마치 다이아몬드가 우리 집 앞마당으로 쏟아지는 것 같아 신기했다. 오늘 오후 다시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비가 내릴 조짐이다. 날씨가 꾸믈 꾸믈 하니 갈비찜은 맛이 더 좋을 것같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케냐를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자신은 아직 어린것 같은데 부모님 곁을 떠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은 홀로서기 아니겠는가. 그런다해도 내년 후반기에 아들이 케냐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보면 한 남자아이가 떠오를것이고 많이도 그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