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걸려온 전화다.
화면에 뜬 익숙한 이름,
“S 나라에 살고 있는 J의 부모님은 못 오신데요.
내일 아침 키자베에서 J를 데리고 나와야 해요.
1주일만 돌봐 주시면 되요."
이른 아침.
해발 2,000미터 고지대,
니므로 지역을 향해 달리는 분주한 자동차
인공위성에서도 보이는 리프트 벨리를 지나
꼬불꼬불 한 골짜기를 한참 돌아서자 나타난
700명의 기숙생이 사는 키자베 학교
12년의 역사를 자랑하듯
요새처럼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압도적이다.
순간,
멀미처럼 스멀스멀 올라오는 타이어 타는 냄새.
나이로비 쇼핑몰에서 아이와 함께 햄버거를 먹었다.
“KFC에서 배부르게 음식을 먹어 본 것은 처음이에요.”
J의 낮은 속삭임이 서글프다.
긴 생머리와 날씬 한 몸매,
웃을 때 살짝 들어가는 예쁜 보조개.
지난밤 J의 아빠가 보내온 메시지가 떠오른다.
"밥과 빨래만 챙겨 주세요.
쇼핑 몰 가실 때 데려가 주시고요."
미안함에 부탁도 제대로 못하는 그 마음이 전해 왔다.
18살 J의 입에서 자주 나왔던 말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버텨내고 있다는 말
J뿐 아니라 수많은 기숙사 학생들이 하던 그 말
밤새 아이들의 한숨 소리가 내 귀에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