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한국이 더운가요? 케냐가 더운가요? 물론 태양의 강도를 말하자면 케냐가 뜨겁지만 고산인 나이로비는 그늘이 있는 곳은 어디든 서늘할 정도로 시원하다. 한국이 더운 만큼 케냐의 밤은 전기장판이 없으면 잠 못 이룰 정도로 춥다.
이번 한국 방문을 위해 저렴한 비행기표가 나오기를 몇 주 동안 기다리다가 카타르 항공을 타고 출국을 했다. 케냐에서 도하까지는 5시간, 3시간 경유 후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시간은 10시간 총 18시간이 걸리는 반면 한국에서 나이로비로 들어가는 비행시간은 인천에서 도하까지 10시간, 도하에서 13시간을 기다리다 보니 28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한국에갈 수 있어서 마냥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한국에 도착한 후 양가 부모님들을 만났다. 조모부와 가족들은 쑥쑥 자란 아이들을 보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족들과의 만남을 제대로 못했던 터라 식구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기뻤다.
3주 동안아이들은 미처 못 맞은 예방 접종을 하고 온 가족 이 치료를 받았다. 그러면서 케냐 선교사역을 위해 함께하는 동역자들을 만났다. 대부분 5년 만에 뵙는 분들이라서 가슴 저리도록 반가웠고이런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큰 위로와 격려가 될 뿐 아니라 감사의 제목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M단체에서 4년마다 개최되는 미션 콘퍼런스 참석차 온 것이다. 사실, 지난해 있어야 할 수련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올해로 연기가 된 것이다. 콘퍼런스는 7월 첫 주, 둘째 주로2주간 연속으로 있었다. 나는공식적인 일정을 마치고선후배와 제자들, 친구들을 만나며 중간중간에 양가 노부모님을 찾아뵈었다. 한 주간은 남편이 코로나 19 양성으로 집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독방을 사용했지만나 또한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꼬박 3일 동안 심한 몸살을앓았다. 땀을 잔뜩 흘리고 나니 오히려 몸이 가뿐했다.
세 아이들은 한국의 날씨가 힘든지 웬만하면 밖에 나가길 꺼려했다. 기침을 계속하는 막내는 자가 진단기로 코로나를검사를 했는데 음성이나왔지만잔기침이 길어졌다. 뜨거운 낮시간에둘째는 다이소를 들락거리며 학교 친구들 선물을 사다 날랐고 큰 아들은 케냐에서 국밥 타령을 하더니 우리 부부가 집에 없던 날은 혼자 식당에 가서순댓국을 먹고 왔다며 너무나 행복해했다.
한국에서 9주를 보내고 우리 가족은 8월 13일 0시 35분 비행기를 타고 케냐로 출국했고 도하에서 꼬박 13시간을 경유해서 한국보다 시원한 나이로비로돌아왔다.
선교회 센터에서 살고 있는 헤즈본이 그동안 두 마리 개를 잘 돌보아 준 덕에 볼트와 곰돌이는 건강하게 우리 가족을 맞았다. 작은 텃밭에는심어 놓고 간 로칼 매운 고추가 쑥쑥 자라 올라 열매가 맺었다.아름드리 자란 로즈메리에는 보랏빛 꽃이 소복이 피어서 벌들이 수시로 찾아들었다.
창문마다걸려있던 하얀 속 커튼에는 흙먼지가 내려앉아 며칠에 걸쳐 커튼을떼어빨아 달았다. 그동안 비어 있던 냉장고를 켜고 냉기가 오르자 냉동고에 한국에서 얼려온 오리고기와곱창, 어묵, 순대, 조갯살이며 소라를 집어넣고 냉장실에는 친정엄마가 싸준 된장과 깻잎과 장아찌를 넣었다. 먹거리를 보관하는 창고에는 보리쌀과 검은 쌀, 불닭면을 넣고 옷장에는아울렛에서 산 저렴한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걸어 놓고 여름 내내 열심히 신었던샌들은 신발장에 들여놓았다.
로칼 시장에 각종 야채와 과일을 주문했다. 배추 30kg와 무 10Kg로 삼일에 걸쳐 김치를 담갔다. 첫날 저녁에는 물에 야채소독제를 풀어 당근과 파프리카, 사과, 아보카도, 토마토, 샐러리를 씻고 다음날 아침에는 서양 파라고 불리는 릭 사이사이에 낀 흙을 꼼꼼히 씻어 주었다. 때마침 긴 방학을 마친 글 모임이있어다녀왔고저녁에는감자를 삶아 으깨고사과와 토마토, 마늘, 생강, 붉은 생고추, 파프리카, 양파, 무, 릭 흰 부분을 갈아서부모님 밭에서 추수한 고춧가루와 잘 섞어 주었다. 삼일 째 되는 날, 드디어 배추를 썰어 절이고 무로 깍두기를 담갔다. 이렇게케냐의 일상생활이 시작되면서냉장고를 채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