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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Dec 31. 2022

홀로서기

상담료를 내야겠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요리를 할 때는 매번  유튜브를 틀어 놓고 일을 한다. 이른 아침에는 김현정의 뉴스쇼와 강혜신의 오늘의  미국을 즐겨 듣고 아침을 먹고 나서는 일당백을 듣는다. 한동안은 저녁을 준비하면서 삼 프로의 이슬람 지역과 인도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아침은 뉴스에서 권력자들의 이야기가 내 귀에 파고들었다.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직위를 통해서 이익을 얻는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겠으나 크고 작은 일에  그들의 파워가 미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직책의 힘으로 사람을 쥐락벼락하는 것을 보곤 했다. 또한 힘의 자리에 앉았을 때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외부에서 오는 칭찬과 존경을 받게 마련이다.


  "젠틀한 사람도 뭔가 한자리를 맡으면 이상하게 변하더라."

  "그게 바로 파워야. 그 자리에 앉으면 누리게 되는 것이 많다 보니 그러겠지."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그동안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서 꺼내 놓았다.

  "그래서, 말이야....."

  한참 이야기를 듣남편의 표정이 시큰둥하다.

  "당신하고 있는 일이 기쁨보다 괴로움이 더 크다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아니, 그게 아니라...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내가 결론을 말해달라고 했어?"

  "똑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니 듣고 있는 나도 힘들어."

   한순간, 머리가 띵했다. 나는 남편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한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 '그럴 수도 있지?'라며 감정이입을 해주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반복적으로 고민하는 것에 대해서, 그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오는 부분에 대해서, 따끔하게 결론을 내려준 것이다.


 '좋지 않은 내 감정을 남편에게 쏟아내고 있었구나.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뱉었던 이야기가 그를 힘들게 했구나. 그럼, 앞으로 남편에게 고민을 말하는 것도 상담료를 내어야 하나.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사주면서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마음이 씁쓸하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야속했다.

  사람은 객체이기에 내가 싫고 좋은 것이 그에게는 좋고 싫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남편이 나와 같은 마음과 생각이길 바라고 있었다. 얼마나 이기적인가.


그나마 엄마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아들은 내년에 우리 부부의 품을 떠난다. 만 2살에 케냐에 왔던 아들이 떠나면  많이도 허전할 것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 내면이 더 단단해지고 견고해져야겠다는 다짐을 2022년 마지막 날에 본다. 나의 문제와 아픔은 스스로 해결할 줄 아는 홀로서기가 필요하다. 그러다가 혼자서 중얼거리면 어쩌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홀로서야 하리라. 아니면 새해부터 상담료 같은 용돈과 함께 외식을 하기라도 하면 내가 기꺼이 쏘리라.


케냐의 연말은 눈대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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