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공간

아름다운 젊은 날

by Bora

다세대 가구가 모여 사는 집은 부엌을 통해서 만이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직사각형 방 안으로 들어서면 사과 궤짝을 연둣빛 화선지로 포장한 책꽂이와 밥상이 놓여있었다.

주공아파트 분리수거 장소에서 주서 날른 물건이 가난한 자의 방한칸을 근사하게 꾸며놓았다.

그 작은 공간에서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많았다.

어느 때는 누군가가 쇼핑백에 가득 채운 옷을 갖다 놓고 가기도 했고 어느 날은 후배가 막일로 알바를 했다며 전화기를 놓아주기도 했고 돈 한 푼 없던 어느 저녁에는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을 뒤적거리다가 흰 봉투에 담긴 현금을 발견하기도 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방 3개짜리의 연립으로 이사를 간 곳에서는 거의 매일 젊은이들의 식사공간이 되었다. 늘 사람들이 붐비다 보니 1년 만에 다시 A대 정문에서 채 1분도 안 되는 상가건물로 이사를 갔다. 건물상가 3층은 가정집치고는 평수가 꽤나 컸다. 나무조각이 깔려있던 거실은 참 유용하게 사용되었는데 회의와 세미나, 교육과 각종 모임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곳에서 마음 아픈 일도 있었으나 따스하고 감동적인 일들이 많았다. 비전하우스라고 불리던 곳은 말 그대로 꿈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함께 꿈을 공유하던 학생들이 지금은 40대 중반이 되었다.

지난해 여름, 그네들을 닮은 아이들을 만났는데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고였다.

해마다 벚꽃이 피는 봄날이면 미미 씨의 기억 저편에 고이 접어둔 A대의 꽃길이 아른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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