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29일

by Bora

차요태와 당근은 썰어서 살짝 볶고 두툼하게 계란지단을 부치고 가시오이는 길쭉하게 자르고 깻잎을 준비했다. 집에 있는 재료로 후다닥 김밥을 말았다.

부드러운 차요태 잎을 썰어서 마늘과 소금, 간장과 굴소스를 약간 만 넣어서 볶고 쑥에는 녹말가루와 밀가루를 조금 섞어서 부침개를 부쳤다. 마지막으로 김치 냉장고에서 용기에 담아놓았던 차요태지를 챙긴다.


오늘은 글사랑 모임에서 번개팅으로 나이로비 외곽으로 소풍을 가는 날이다. 니므로 숲 속에 남아공 사람이 작년 12월에 어마어마한 카페를 오픈했다고 한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라서 아침부터 설렜다. 그러나 음식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맛도 별로라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던 터라 카페 음식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둘째의 친구인 H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라서 차요태 열매와 쑥부침개, 김밥, 히비스커스 주스, 무짠지와 차요태지를 챙겨 보냈다.


시내에 사는 로사님의 차에 그리다님과 단비님을 태우고 카페로 직접 가고 햇살님 차에 나와 리디아님을 태우고 현지마을을 지나 하늘과 맞닿은 고불고불한 길을 달렸다.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니므로로 가는 중간인 티고니 숲 속에 자리를 잡은 Fig & Olive라는 카페였다. 햇살님은 차분한 성격답게 안전하고 나이스하게 운전을 잘했다.

카페 주위로는 5미터나 더 되는 키가 큰 오래된 나무와 펜스 너머로는 커피농장이 있었다. 남아공 사람이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값비싼 물건으로 카페를 가득 채웠으니 어마어마한 돈이 투자가 됐을 것이다.

카페 실내에는 오래된 엔틱 물건과 다양한 장식품과 먹거리가 손님에게 판매되고 있었다.

우리는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야외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가만히 앉아서 초록이 가득한 정원을 바라만 봐도 힐링 그 자체였다. 카페 구석구석을 엔틱으로 꾸민 주인장의 센스와 정성과 애정이 절로 느껴진다.

햇살님에게는 어쩌면 오늘의 소풍이 글사랑 모임과 함께하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인생의 큰 고비 앞에서 자신의 미래가 설렌다고 고백하는 그녀. 나는 믿는다. 그녀의 미래가 햇살처럼 눈이 부시게 빛날 것이라고.


4월 11일(목), 감사일기

1. 글모임과 H를 위해서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서 감사.

2. 아름답고 환상적인 카페에서 글모임 멤버들과 함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감사.

3. 학교가 휴강인 두 딸을 케어하고 H를 집에 데려다준 남편에게 감사.

4.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문단속을 다시 시작한다. 마음의 안정감이 생겨서 감사.

5. 타인을 위해서 음식으로 기쁨을 줄 수 있어서 감사.


The Fig & Olive - https://maps.app.goo.gl/Joh9vZofU8aLxPw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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