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둘째 아이는 한글학교에서 교사와 보조교사로 봉사를 하면서 아인이라는 게스트하우스 겸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을 가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남편과 셋째는 처음이다. 나는 어제저녁에 곱창전골과 물냉면과 족발을 주문했다. 미리 주문한 음식이라서 그런지 테이블에 빨리 세팅이 되었다. 곱창전골과 족발이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메뉴를 바꾸어 볼까도 했는데 화려한 밑반찬 때문에 그냥 먹기로 했다. 하얀 작은 사기그릇에 밑반찬으로 오이소박이와 배추김치, 감자계란샐러드, 시금치무침, 깍두기, 땅콩조림, 무볶음, 감자햄볶음, 매운 고추볶음, 박나물 볶음, 콩나물 무침과 계란말이가 나왔다. 나는 웨이터에게 오늘은 연근 반찬이 없냐고 물었다. 둘째 아이가 아빠와 동생에게 전에 이곳에서 식사할 때 반찬으로 나왔던 땅콩조림과 연근볶음이 맛있었다고 자랑을 했기 때문이다. 웨이터는 친절하게 연근조림과 부드러운 동그랑땡까지 챙겨 주었다. 식사 밑반찬으로 14가지가 나왔다. 아마도 한국의 집밥이 그리울 때 이곳에 오는 사람들도 있을 듯싶다.
케냐 정부에서 갑자기 식목일로 공휴일을 선포한 날, 우리 가족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자축하는 맘으로 시내 중심에 있는 아인 식당에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갖었다.
나이로비의 한식당 음식가격은 한국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특별한 음식이 아닌데도 배 타고 때론 비행기를 타고 온 식재료가 비싸다 보니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가격하고 비교하면 사 먹을 수가 없다. 물론 이 또한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내 주위에 대부분의 엄마들은 부엌에서 늘 많은 시간을 보낸다. 김밥은 집에서 될 수 있으면 말고 라면은 마트에서 사다가 집에서 끓여 먹는다. 삼겹살은 시티마켓이나 한국마켓에서 판매를 하는데 나는, 한 번에 5kg 이상씩 주문을 해서 냉동고에 보관해 두고 먹는다. 각 가정마다 경제상황에 따라서 먹고 누리는 것은 다를 수 있겠으나 우리 형편으로는 외식은 한 달에 2번이면 족하다. 그러니 집에서 요리를 하는 자체가 큰 노동이며 과업 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달에 한번 이상은 셋째가 좋아하는 KFC 치킨이나 치맥하우스의 치킨을 먹는다. 셋째가 케냐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스시와 후라이드 치킨이다. 두 가지 음식 중에서 한 가지가 먹고 싶을 때면 온갖 애교를 떤다.
오늘 식구들의 젓가락이 가장 많이 간 음식은 족발이다. 고기가 맛은 있었지만 식감이 쫀득거리는 한국의 족발이 무진장 그리운 것은 어쩔 수없는가 보다.
5월 10일(금), 감사 일기
1. 네 명의 식구가 아인 식당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감사. 둘째가 좋아하는 땅콩조림과 연근조림을 먹었으니 더욱 감사.
2. 점심식사를 하고 싸리센터에서 시장을 보았다. 두 딸은 쇼핑몰에서 아이쇼핑을 하고 우리 부부는 라면과 개사료를 사고 남편의 혈압약도 구입했다. 연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까르프 슈퍼마켓에 엄청 많았다. 오후시간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서 감사.
3. 비가 오니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사람들이 두꺼운 옷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비피해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바라본다. 오티에노 목사님이 사역하는 교회에 위로금을 보냈다. 목사님께서 비피해를 입은 성도들을 위해서 웅가(옥수수 가루)를 사서 전해주신다고 한다. 목사님께서 고마워하시니 우리 부부도 감사하고 애써주실 손길에 또한 감사.
4. 오늘 아침에 S에게 고맙다는 카톡이 왔다. 내가 챙겨준 반찬으로 밥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마음이 한편으로 짠하다. S가 케냐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길 바라본다. 그가 감사하는 마음 때문에 나 또한 감사.
5. 금요채플로 센터에 모인 나대 학생들이 예쁘기만 하다. 저녁시간에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길 기대한다. 비가 오는데도 센터에 온 학생들에게 감사.
곱창과 밑반찬
족발과 밑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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