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반기 한글학교 수업이 끝났다. 15주간 토요일 오전 8시 40분부터 12시 20분까지 시간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전반기 수업이 끝나면 거의 14주간 긴 방학에 들어간다. 6월 초쯤이면 케냐에서 미국식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80프로는 한국을 방문한다. 영국식 학교는 7월 초에 방학이 시작되면 거의 2달간 방학이다. 재케냐 한글학교는 영국학교 개학 바로 전주에 후반기 일정이 시작된다.
전반기 종강의 날인 오늘 1교시에는 한 학기 동안 배운 공부를 복습하고 2교시에는 시험을 봤다. 시험은 아이들이 수업을 잘 이해했는지 파악하는 정도이다. 3.4교시에는 먹거리 시장을 열었다. 선생님들은 각반의 아이들이 한글학교에 나올 때마다 스티커 4장씩을 포도송이가 인쇄된 종이에 붙이도록 한다. 종강 때는 그동안에 모았던 스티커를 한국 장난감 돈으로 바꾸어 주면 스티거 시장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이 기회를 통해서 아이들은 한국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오늘은 먹거리로 닭강정과 와플, 소떡, 홈메이트 쿠키, 과일화채, 핫도그, 한국과자종류, 음료수, 캔디와 껌종류, 초콜릿바와 팝콘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종이돈으로 구입한 간식을 충분히 먹고 남은 돈으로 부모님과 형누나를 위해서 먹거리를 샀다. 어느 삼 남매의 엄마는 아예 마켓에 갈 때 사용하는 쇼핑용 가방을 보내셨다. 아이들은 한글학교에서 한글공부는 물론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다. 전반기에는 설날행사 때 전통게임과 떡국을 먹고 어린이날에는 미니체육대회를 하고 종강의 날엔 스티커 시장을 통해서 한국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힌다. 이번학기의 보조교사들 5명 중에서 2명은 한글학교를 유아부 때부터 8년이나 다녔다. 수고한 선생님들과 고등학생인 보조교사들의 수고가 빛나는 날이었다.
5월 11일(토), 감사일기
1. H가 보조선생님들을 위해서 귀한 초콜릿 과자를 선물로 사 왔다. 그녀는 한 학기 동안 두 아이를 한글학교에 보내면서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열심히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고마움을 느꼈던 것이다. 그녀의 귀한 섬김의 손길에 감사.
2. 아이가 네 명인 엄마가 케냐의 삶이 지쳐 보인다. 한글학교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지 4번쯤 되었는데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이나마 힘이 났나 보다. 체력이 달린다는 그녀를 위해서 비타민C를 챙겼다. 그녀의 가족이 콜드시즌인 케냐의 6~8월을 잘 견디어 내길 바라본다. 그녀와 다음학기 개강을 기대하며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어서 감사.
3. 한 학기 동안 토요일마다 열심히 살았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되고 기쁨의 시간이 더 컸다. 봉사할 수 있는 마음과 체력이 있어서 감사.
4. K에게 차요태 열매와 차요태지 무침과 차요태 피클을 챙겼다. 고마워하는 그의 순한 미소가 참 아름답다. K의 가족이 나이로비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바라본다. 교제할 수 있어서 감사.
5. 어떤 날은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소진이 된다. 그런 날은 집에 돌아와서 작은 텃밭에서 차요태 덩굴을 다듬어 주거나 열매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수확을 하곤 한다. 요즘엔 매운 고추를 따는 재미가 솔솔 하다. 초록색이 예쁜 쑥도 제법 자랐다. 자연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