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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Sep 23. 2023

얼마나 가슴이 벅차야 용서할 수 있을까?

그대가 아름다운 사람이라서 가능한 일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도 한다. 휴대폰을 몇 번 바꾸면서도 사진 한 번 정리를 못한 채 쌓여있기만 한 것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정리했다. 기록이라는 것에는 추억도, 사건에 대한 기억과 감정도 모든 것들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을 하는 것인가 보다. 설령 바로 쓰지 않더라도 말이다. 


만장을 훌쩍 넘는 사진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사진들이 있었으니 그가 찍어 보내온 사진들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사진들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나 보다. 그저 당연시받았던 사진들이었는데 … 새삼스럽다. 날이 좋으면 날이 좋은 대로 하늘이 푸르면 푸른 대로, 구름이 우윳빛으로 뽀야면 뽀얀대로, 노을이 지면 노을이 지는 대로 그는 그가 느끼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늘 내게 전해주었다.


아트를 한 나도 만만치 않게 미에 심취하고 때론 심장이 멎을 만큼 감성이 충만할 때가 있는데 그는 한술 더 뜬다. 내가 보기엔 그가 미술이나 음악을 했으면 나보다 훨씬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러나, 아티스트가 별도로 있겠는가. 테크닉이 부족할 뿐 누구나 각자의 감성만큼 표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예술이다. 


그는 사진을 보낼 때마다 그때그때 그가 느낀 것들을 짧게라도 말해준다. 자세히 보고 있으면 사진이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그때 그 순간 어떠했노라고 말이다. 그는 별을 무척 좋아하고 티 없이 맑은 밤하늘을 무척 사랑한다. 별이 쏟아지는 시간이 되면 어린아이마냥 설레어 필드스코프나 망원경으로 별사냥을 한다. 별을 보고 있으면 신비하기도 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이유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나도 책에서나 존재할법한 목성과 토성도, 달의 표면도 섬세하게 관찰했다. 그는 진정한 미에 눈을 뜬 사람이다. 


하루는 운전을 하다 집에 갈 수 없을 것만 같다고 한다. 이유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늘이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너무 파랗고 너무 예뻐. 구름이 정말 새하얘. 그런데 사진에 담아지지가 않아. 이 하늘과 구름을 지나칠 수가 없어. 도저히 갈 수가 없어"


" 어차피 사진에 못 담는데 마음에 담아. 그리고 기억하면 되지. 그렇게도 많은 하늘과 구름 사진을 왜 자꾸 기록하는데?"

가슴이 너무 벅차서 담아두고 싶어서 그렇지…오늘 같은 날엔 그 어떤 잘못을 한 사람이라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워



다른 하늘 아래 있지만, 그가 본 하늘과 내가 보고 있는 하늘이 같은 맑음이라 다행이다. 조금이라도 박자를 맞춰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가 본 하늘은 정말 물감을 풀어놓은듯했고 내가 본 하늘은 내 표현 그대로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었다. 사람이 얼마나 마음이 감동되어야 어떤 잘못이라도 용서해 주고픈 마음이 들까? 충만한 감동과 사랑으로 가득 찬 그는 결국 두세 시간이면 갈 거리를 너 다섯 시 간에 걸쳐 다다랐다. 가다 서다를  수없이 반복하는 그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다. 직접 보았다면 눈빛을 반짝거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겠지. 그리도 좋을까? 그렇게 가슴 벅차게 기뻐하는 그의 모습이, 그 감흥이 그리고 그 행복이 언제나 그의 마음에 고정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본다. 


그러고 보면 그가 지금까지 공유해 준 모든 사진들에는 그의 사랑이 담겨있는 듯하다. 인간에 대한, 미에 대한 그리고 주변에 대한 사랑말이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어떤 죄라도 용서해 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말을 누가 쉽게 할 수 있겠는가. 내가 힘들었던 시간 동안 일기예보를 담당하는 기상청처럼 그는 나의 일기를 파악하며 내가 웃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왔다. 각종 성대모사로 나를 참 많이 웃게도 했고, 때에 맞는 음악으로 나를 위로하기도 했다. 표현에 서투니 음악과 좋은 곡, 그리고 적합한 사진으로 표현을 대신해 왔다. 


사진들을 보면 처음에는 예쁜 하늘, 노을, 숲, 호수 등 사물이었는데 오늘 다시 사진을 정리하며 들여다보니 사진 속에는 그의 마음이 녹아있는 것 같다.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하고 기록하면서 느꼈을 세상에 대한,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말이다. 그러니 가슴이 벅차서 모든 잘못도 용서해 줄 수 있을 것만 같다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 아무렴 그 만물의 미 때문만이겠는가. 그가 아름다운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그는 멀리서 디제잉을 하며 음악을 보내온다. 

https://youtu.be/Wgm9gZs1hYw?si=6v7AxJyJgSs9cp5R


참 아름다운 그다. 그리고 사랑받기에 합당한 그다.

“웃어. 제발 웃어. 웃자!"


그가 하는 말들이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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