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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Sep 24. 2023

별샤워를 하며 알게 되었다

왜 그가 별을 그리도 사랑하는지를 말이다

태양은 빛이 강렬해서 눈으로 볼 수가 없다. 대신 그 빛을 눈이 아닌 느낌으로 태양을 본다. 태양 근처에 갔다 녹아버린 이카루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난 늘 그런 생각을 했다. 다가갈 수 없는 태양이지만, 그래도 타들어가도 좋으니 그렇게 태양을 끌어안으며 살고 싶다고 말이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애니메이션 엘레멘탈의 불과 물은 물성이 달라 하나 될 수 없지만 사랑의 힘으로  함께할 수 있었던 감동적이고 뭉클하면서도 아름다웠던 영화처럼 말이다.


달은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달빛에 눈이 멀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멀리서 본 달의 모습이다. 필드스코프로 달을 바라보다 난 눈이 먼 줄 알았다. 낮의 태양은 화려하고 강렬하며, 밤의 달 수수하고 단아하다고만 생각해 왔다. 나의 인식 속에선 말이다. 난 목성과 토성 같은 행성을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우주에서나 있을법한 일이자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나와 상관없는 별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별자리를 관찰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 위에 어떤 별이 떴는지, 오늘은 목성을 볼 수 있을까 하며 설레는 일상도 나는 인생 가운데 가져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그가 가르쳐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늘 위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목성이었고, 맞은편엔 항상 토성이 떴다. 교과서에서 보던 줄무늬를 목성은 뚜렷하게 가졌고, 토성에는 우주비행선 같은 띠가 있었다. 처음 토성을 본 날, 나는 토성을 보고 ‘밥통을 달고 있는 별’이라고 해버렸다. 너무도 흥분해서 그랬는지 원초적인 단어들이 나왔다. 아마도 가마솥이나 곰솥을 둘러싼 테두리가 생각이 나서 그랬던 모양이다.



맑은 밤엔 별샤워를 

그러니 날이 맑으면 밤이 기다려진다. 쨍하고 그 얼굴을 보여줄 그 별들에게 그와 내가 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말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별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진다. 거기에 더해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바람이 스치고 가면 별샤워를 한 듯 상쾌함과 개운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맑은 공기와 바람, 풀벌레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밤, 별들이 쏟아질듯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한참을 별들을 바라보고 돌아오면 그날의 모든 피로가 씻긴다. 달은 달대로 화려하고 강렬했고, 별은 별들대로 개성의 빛을 발했다. 달이 구름 속으로 숨바꼭질을 하며 구름색을 온갖 빛깔로 물들이는 동안에도 별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날씨만 맑다면 매일 볼 수 있는 별인데도 그는 매번 별을 볼 때마다 처음 본 사람마냥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뻐한다. 향기 좋은 커피 한 잔만 있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별을 바라본다. 그는 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별빛을 흡수하는 것만 같아 보인다. 배터리 충전하듯이 말이다. 어쩌면 그에게는 그것이 그의 리츄얼인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을 통해 켜켜이 쌓인 감정의 먼지와 무게들을 씻어버리고 맑고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그런 그만의 의식말이다. 나 역시 별들을 바라보며 고요한 가운데 좌정하시는 하늘을 불러본다. 나의 인생, 나의 길, 그리고 나의 사랑을 그에게 모두 내려놓는다.



달보다 별을 사랑하는 

그는 달보다 별을 사랑한다.  달은 태양으로 인해 존재하지만 별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이란다. 나는 태양 곁에 날아가 타 죽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열정을 태우며 살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도 태양보다는 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언제나 뒤에서 말없이 태양이 태양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조력해 주는 그런 사람말이다. 달이 없어도 태양은 존재하지만 달은 태양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지구도 그러하다. 나는 나로서도 존재하고 싶고, 그로 인해서도 존재할 수 있는 인생이고 싶다. 그는 그의 말처럼 스스로 빛을 발하며 그 자리에 서있다. 세월이 흘러도 그의 별은 여전할 것을 알기에 나는 그의 빛을 사랑한다.



소박한 달처럼, 그러나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처럼

우리가 보았던 그 화려한 달이 낮에도 태양 곁에 살포시 서있다. 부끄러운 듯 새색시마냥 말이다. 그는 이 달이 소박하다고 한다. 찬란한 미를 가진 그 달도 태양 앞에서는 청초하다.


푸른 어둠이 밀려오는 가운데 하얀 조각 하나가 밀려온다. 하나뿐인 달, 그러나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처럼 그리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하늘의 그분께 내 속마음을 털어놔본다. 그리고 그의 별이 더욱 푸르고 찬란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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