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수신인 없는 편지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흐릿한 기억이야. 그때의 나는 정말 많이 아팠거든. 나아지고 나서도 어디가 아팠니 하고 누가 물어보면 선뜻 대답을 못할 정도로 깊은 흔적을 안고 살았어. 나는 너희들과 이별하고 난 후에도 아주 오랫동안, 어떤 문장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하고 푸른 시간을 버텼단다.
문득 너희들이 궁금해지면 우리가 친구였던 시절을 곱씹어보기도 해. 나도 아프고 싶지 않았다고 천 번쯤 속으로 외치기도 했지만,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법이잖니. 아마 지금 다시 만나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반길 사람은 없을 거야.
나는 그저 감사해, 우리가 친구였던 순간에. 겨울처럼 차가웠던 수험 생활이 너희 덕분에 따스했거든. 행복한 순간은 흰 눈처럼 빠르게 녹아 내린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고 난 후에야 깨달았어.
그럼에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진심이 전해진다면 - 다른 어떤 말보다도, 너희의 친구여서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p.s. 날이 많이 춥지.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습관이 좋대. 목도리랑 장갑 꼭 챙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