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수신인 없는 편지
새하얀 겨울에 태어난, 축복의 아이에게.
너는 가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거야.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누에고치처럼 이불로 몸을 감싸고 누워 있겠지. 춥고 외로운 무인도의 설원에 갇혀 있는 기분일 거야.
그럼에도 너는 아침이 되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겠지. 밤 동안 어두운 생각에 물들어 새까매진 마음이 햇살을 받으면 맑아질 거야.
그래. 너는 결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거야. 슬픈 생각이 들 때면 마음속 큰 도화지에 꿈을 그려. 세속적인 꿈이라도 좋아. 네가 갖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네가 되고 싶은 사람. 그게 뭐든 넌 가질 수 있고, 갈 수 있고, 될 수 있어.
너의 마음 속에는 눈처럼 하얀 새 한 마리가 살아. 새는 언제나 노래를 불러. 멈추지 않는 희망의 노래를. 그 곡조에 귀를 기울여 봐. 슬픔은 고개를 숙이고 기쁨과 희망은 벅차올라 너의 삶에 메아리칠 거야.
태어남을 축복받아 마땅한 아이야. 완연한 너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