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음메, 캬 유 대드 하우유 호카손쟈 이코노믹
우리 반에 일신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키가 크고 피부는 하얗고 공부도 잘했는데 콧수염이 좀 일찍 나서 귀공자 느낌은 전혀 안나는 아이였다. 좀 노안이었던 친구라 형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얀 느낌에 성도 송 씨라서 별명은 젖소였다. 하얀 느낌과 송아지 송자 때문에 생긴 별명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일신이에게 하나의 반전은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것이다. 음악 시간만 되면 선생님은 일신이를 나오게 한 다음에 오르간을 치도록 시켰다.
악기라곤 리코더, 단소 정도만 다루는 나에게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것은 뭔지 모를 고급스러운 느낌이 부러웠다. 단소와 리코더는 친구들과 칼싸움을 하는 도구가 아닌가??
알고 보니 신일이의 엄마는 피아노 학원을 한다고 했다. 평소에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고 좋은 친구였던 것 같다.
그리고 친구의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한다라는 건 부러웠었던 것 같다. 내가 국민학교 저학년 때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진 못했다. 엄마가 안 보내줬다. 생각해보니 내가 피아노 학원에 보내달라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피아노 학원을 등록도 안 한 상태로 그냥 그 피아노 학원에 매일 따라갔다. 피아노 학원에서 친구가 피아노를 치고 있을 때 옆에 같이 있는 그 느낌은 정말 좋았다. 아직도 맑은 날에 그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그 학원에 있을 때의 그 느낌이 기억이 난다. 정말 청량하고 맑은 느낌이다.
아무튼 학교에선 보통 일신이 같은 이런 애들은 아무도 안 건드린다. 성격 좋고, 공부 잘하고, 엄마가 피아노를 쳤으면 대학도 나온 부모님일 것 아닌가?? 우리 때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만 나온 부모님들이었다.
나는 왜 이 아이가 기억이 많이 나는 지 잘 모르겠다. 뭔가 나와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아이도 아니었는데, 그냥 기억이 많이 난다.
피지에서 온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피지?? 피지가 뭐야? 피자?? 코에 피지?? 피지라는 나라가 있단다 처음 알았다. 어릴 때 나라의 수도 맞추기나 브루마블을 통해서 나름의 글로벌한 인재로 거듭났던 나인데, 내가 모르는 나라가 있다니,,, 다른 친구들과 열심히 피지를 찾았다. 근데 찾을 수 없었다. 영어를 쓰는 국가라길래 열심히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호주 근처에 있단다. 그래서 또 찾았다. 근데 안 보인다. 그러다가 누군가 한 명이 피지를 지도에서 찾았다. 호주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쭉 가면 있는 나라,,, 라기에는 너무 작은 섬이다.
예전에 영국의 식민지라고 그랬나? 아무튼 피지에서 온 아이는 영어를 쓴다고 했다. 엄마 고향에 잠시 들어온 거란다.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니, 뭔가 멋진 느낌이다. 영어도 잘한다고 한다. 영어 선생님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고 한다. 부럽다. 중학교 2학년 때 영어 선생님한테 개기다가 수업 시간에 쫓겨나서 돌이킬 수 없게 영어점수가 많이 떨어졌던 나에겐 그 친구는 뭔가 부러웠다. 하지만 그 친구의 외모는 전혀 외국에서 살다온 느낌은 없었다. 우리보다 더 한국스러운 느낌이었다.
드디어 중간고사 기간이 왔다. 그 친구는 당연히 영어점수는 만점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듣기 평가는 아주 쉽게 다 맞췄다고 하는데, 독해 문제는 거의 못 풀었다고 한다.
시험 문제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고 한다. 중학교 때 정확히 어떤 식으로 문제가 나왔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지금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영어문법 용어를 그 친구도 이해를 하지 못해서 반도 못 맞췄다고 한다. 하긴,,, 지금 생각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영어문법 용어들이 많다. 전치사, 왕래 발착 동사, 현재 완료 진행형 등 들어서 바로 이해가 안 되는 영어문법 용어가 얼마나 많은 지,,,
일본식 영어교육의 폐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