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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디몬 Mar 24. 2022

OK 목장? 피지 피자

10화 음메,  캬 유 대드 하우유 호카손쟈 이코노믹

우리 반에 일신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키가 크고 피부는 하얗고 공부도 잘했는데 콧수염이 좀 일찍 나서 귀공자 느낌은 전혀 안나는 아이였다. 좀 노안이었던 친구라 형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얀 느낌에 성도 송 씨라서 별명은 젖소였다. 하얀 느낌과 송아지 송자 때문에 생긴 별명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일신이에게 하나의 반전은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것이다. 음악 시간만 되면 선생님은 일신이를 나오게 한 다음에 오르간을 치도록 시켰다.

악기라곤 리코더, 단소 정도만 다루는 나에게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것은 뭔지 모를 고급스러운 느낌이 부러웠다. 단소와 리코더는 친구들과 칼싸움을 하는 도구가 아닌가??

알고 보니 신일이의 엄마는 피아노 학원을 한다고 했다. 평소에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고 좋은 친구였던 것 같다.

그리고 친구의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한다라는  부러웠었던  같다. 내가 국민학교 저학년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진 못했다. 엄마가  보내줬다. 생각해보니 내가 피아노 학원에 보내달라  적도 없는  같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피아노 학원을 등록도   상태로 그냥  피아노 학원에 매일 따라갔다. 피아노 학원에친구가 피아노를 치고 있을  옆에 같이 있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 아직도 맑은 날에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학원에 있을 때의  느낌이 기억이 난다. 정말 청량하고 맑은 느낌이다.

아무튼 학교에선 보통 일신이 같은 이런 애들은 아무도  건드린다. 성격 좋고, 공부 잘하고, 엄마가 피아노를 쳤으면 대학도 나온 부모님일  아닌가?? 우리 때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만 나온 부모님들이었다.

나는 왜 이 아이가 기억이 많이 나는 지 잘 모르겠다. 뭔가 나와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아이도 아니었는데, 그냥 기억이 많이 난다.


피지에서 온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피지?? 피지가 뭐야? 피자?? 코에 피지?? 피지라는 나라가 있단다 처음 알았다. 어릴 때 나라의 수도 맞추기나 브루마블을 통해서 나름의 글로벌한 인재로 거듭났던 나인데, 내가 모르는 나라가 있다니,,, 다른 친구들과 열심히 피지를 찾았다. 근데 찾을 수 없었다. 영어를 쓰는 국가라길래 열심히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호주 근처에 있단다. 그래서 또 찾았다. 근데 안 보인다. 그러다가 누군가 한 명이 피지를 지도에서 찾았다. 호주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쭉 가면 있는 나라,,, 라기에는 너무 작은 섬이다.

예전에 영국의 식민지라고 그랬나? 아무튼 피지에서 온 아이는 영어를 쓴다고 했다. 엄마 고향에 잠시 들어온 거란다.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니, 뭔가 멋진 느낌이다. 영어도 잘한다고 한다. 영어 선생님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고 한다. 부럽다. 중학교 2학년 때 영어 선생님한테 개기다가 수업 시간에 쫓겨나서 돌이킬 수 없게 영어점수가 많이 떨어졌던 나에겐 그 친구는 뭔가 부러웠다. 하지만 그 친구의 외모는 전혀 외국에서 살다온 느낌은 없었다. 우리보다 더 한국스러운 느낌이었다.

드디어 중간고사 기간이 왔다. 그 친구는 당연히 영어점수는 만점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듣기 평가는 아주 쉽게 다 맞췄다고 하는데, 독해 문제는 거의 못 풀었다고 한다.

시험 문제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고 한다. 중학교 때 정확히 어떤 식으로 문제가 나왔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지금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영어문법 용어를 그 친구도 이해를 하지 못해서 반도 못 맞췄다고 한다. 하긴,,, 지금 생각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영어문법 용어들이 많다. 전치사, 왕래 발착 동사, 현재 완료 진행형 등 들어서 바로 이해가 안 되는 영어문법 용어가 얼마나 많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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