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벗은 언제나 옳다

by 윤아진

저녁 7:17분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 같은데
누구냐고 물어도 밝히지 않고
장난을 이어간다
목소리가 바뀌고
또 목소리가 바뀌고
장난은 계속되고
나는 소리를 지른다

얼굴 본 지 10년 15년도 넘은
고향 친구들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통화하다
보고싶다며
갑자기 영상통화로 돌려버리는 녀석들
술을 꽤나 마신
그윽한 얼굴들이 보인다
나도 저 자리에 있고 싶다는 기분이 차오른다

내 흐린 삶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어
나 홀로 먼 곳에 살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냥 잊고 산 30여년
그런데
갑작스런 친구들의 전화에
사소한 이야기들에
먹구름이 살짝 비껴지고
소녀가 되어 까르르 웃었다

내 어린시절 이야기해주는 친구
나를 예쁘게 기억해주는 친구
이제 이순을 바라보는 우리
익어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잘 익어가는 벗들이 나를 찾아줘서
오늘도 다시 힘을 내본다

좋은 벗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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