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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e Nov 22. 2018

2등과 1등의 결정적인 차이점

짤막하게 몸 담았던 편입 월드에 대한 소회

콩라인

설마 했는데 옆동네 포털은 검색이 된다


2등 전문가(?) 홍진호의 닉네임 콩을 계승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1등의 영광에 가려 실패셜리스트(실패+스페셜리스트)의 뉘앙스를 지니게 된 이 어휘의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



출처 : The Architectural Review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의 나는 18학점 기준으로 매 학기 6학점 이상, 일주일 중 최소 4일은 투자해야 하는 '설계' 과목이 메인인 건축학과에서 탈출하기로 다짐했다. 전무했던 나의 디자인 '감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다시 태어나거나 그에 준하는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전역 후 호기롭게 도전한 전과 찬스는 실패로 돌아갔고, 나에게 남은 길은? 건축학과의 여생(?)을 쿨하게 인정하거나 편입을 택하거나.. 그렇게 나의 호기로운, 그리고 짤막한 편입 생활이 시작되었다



영어만 마스터하면 됩니다


 최소 편입 주변에서 얼씬거려본 사람이라면 이 소리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패키지로 따라오는 "수능처럼 여러 과목 보지 않으니, 공부하기 편하죠"까지.. 이 문장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능에서도 영어를 제일 망친 나란 인간..

우선 영어만 마스터하면 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대신 그 난이도가 이전에 겪은 시험 영어와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 함정.. 전공 원서를 막힘 없이 읽는 것에 목적을 둔 편입 영어는 수능에서 영어가 제일 취약했던, 그리고 그 알량한 감도 군 생활 이후로 희미해진 나에게 1년 투자로는 다소 버거운 목적지였다


게다가 문제가 모두에게 동일한 수능과는 다르게 편입 영어의 난이도는 그 해 문제를 내는 학교 마음이다. 우리가 입결로 나누는 학교 레벨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지원하려는 학교가 해당 연도에 문제를 극악으로 출제하면 나만 원사이드로 탈탈 털리는 절대 불리한 입장이랄까? (물론 쉽게 내주는 경우는 절대 없다) 



1등 아니면 무의미한 세계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영어를 통달하면 그걸로 끝이냐..? 아래의 사진을 보면 애초에 수능과는 접근부터 달랐던 시험임을 알 수 있다

16년도 K대학 편입 모집인원 중 일부

편입 모집인원은 해당 학과의 결원이 발생해야만 TO를 낼 수 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3명 정도 자리가 나거나 아예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1등이 아니면 전부 불합격이니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


 유난히 더딘 성장 속에 두 계절이 금방 흘렀고, 테스트 점수도 잘 나오지 않던 차에 하루는 편입으로 제일 유명한 커뮤니티의 어떤 글에서 이런 문구를 보게 되었다


'1등의 방법을 1등만 썼을까요? 2등도 그렇게 하지 않았겠어요?'

 

 혹자에겐 나만의 방법을 정립하게 해 줄 자극제가, 혹자에겐 막연히 달려오던 이 길에서 불현듯 현실을 깨닫게 해 줄 문장이었으리라. 비단 편입뿐만 아니라 한 자리를 두고 오랜 시간 다퉈야 하는 것에 뛰어든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 볼 명문(?)이었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비용 그리고 나의 학습 능력 등 모든 조건에 대해 정~~말 상세하게 견적을 내본 끝에 나의 짤막한 편입 도전기는 막을 내렸다. 그 후로 어떻게 됐느냐? 학교로 돌아와 졸업과 취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학점을 목표로 무난히 남은 건축학도의 여생을 살았다


 물론 학교 공부에 힘을 뺀 만큼 내가 막연히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활동이나 분야에도 이것저것 뛰어들기도 했고, 그 결과 나름 잘 맞는 분야의 이름 있는 회사로 '첫 회사 생활' 이란 것을 3년 조금 안 되는 시간 경험해봤다



견적 보고 미치세요


셀레브의 인터뷰 중 가장 유쾌했던 이말년의 인터뷰

 

개인적으로는 학업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게 많아서 그런지 굉장히 방법론 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를테면 "여러분도 열심히 하시면 인서울 할 수 있어요!" 보다 "여러분이 반에서 n등 정도 하시면 ~~과목부터 ~~방법으로 ~~기간 투자하면 최소 ~~라인 들어갈 기준은 만들 수 있습니다"식의 접근이 와 닿는 정도랄까?


다만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예외도 있고 개인차도 있는 것이기에 이러한 방법들을 적용하고 견적을 내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 몫. 화끈하게 이것저것 지르는 스타일까지는 아니지만 견적을 꼼꼼하게 내는 사람 치고는 꽤 이것저것 시도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평생 보장되는 것이 점점 없어지는 시대에 '발 빼는 것도 용기'를 적극 실천하는 것에 만족하며




그래서 1등과 2등의 결정적인 차이는?


A. 고니와 아귀의 마지막 한판 승부 같은 것이다 (뭔 개소리야)


1등도 2등도 판에 뛰어들어본 사람도 그리고 판을 떠난 사람까지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오늘의 뻘글리쉬도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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