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보다 마음을 보는 일이 우선시될때 행복의 길
가족 앞에서, 자녀 앞에서 멋지고 당당하게 보이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 마음은 자신감을 주고, 스스로를 지켜내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바람이 “잘 보이고 싶다, 지켜주고 싶다”는 역할에만 머물 때, 관계는 금세 메마른다. 마음을 돌보지 않고, 표현하지 않고, 나누지 못한다면 무엇이 남을까. 거리감이다. 어색함이다. 사라진 언어다. 닿지 못한 마음이다. 전달되지 못한 마음은 깊은 곳에 가라앉아 굳고, 말이 닿지 않는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진다.
우리가 마음보다 감정을 먼저 붙드는 이유는 감정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가장 빠르게 존재에 대한 확신을 준다. 하지만 사랑하고 싶은 마음,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스스로 찾아야만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종종 상대의 역할만 보고 그 마음을 공감하지 못한 채 멀어진다. 마음을 만나려면 내 마음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 마음보다 상대에게서 내가 원하는 감정을 먼저 요구하며 갈등을 키운다. 그래서 화려한 역할은 남고, 따뜻한 마음은 흐려진다.
<비벌리 힐스 캅 액션F 영화>
아빠와 딸의 이야기중심 시선으로 보면 바로 그런 마음의 간극을 보여주는 영화다.
화려한 도시 비벌리 힐즈를 배경으로, 겉으로는 안전하고 부유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국제 범죄 조직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주인공인 아빠는 정의감 넘치는 노련한 형사로, 사회적으로는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과의 시간은 늘 부족했다. 그의 딸은 그런 아빠의 부재 속에서 자라며 상처를 안고 성인이 되었고, 아빠에 대한 깊은 원망을 품고 있다.
딸은 아빠에게 “경찰로서는 훌륭했을지 몰라도, 아빠로서는 실패했어”라고 말하며 감정을 터뜨리고, 아빠는 “너를 지키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네 곁에 있어주지 못한 건 사실이지”라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 갈등은 단순한 가족 문제를 넘어, 범죄 조직과의 대결 속에서 더욱 격화된다.
범죄 조직이 비벌리 힐즈를 장악하려는 가운데, 딸은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고, 아빠는 딸을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들게 된다. 딸은 처음으로 아빠의 세계를 직접 목격하며, 고급 빌라와 쇼핑몰, 화려한 거리에서 펼쳐지는 총격전과 추격전을 함께 겪는다. 클라이맥스에서 딸이 위험에 처하자, 아빠는 몸을 던져 그녀를 지켜낸다. 그 순간 딸은 깨닫는다. “아빠가 나를 돌봐주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빠도 나처럼 함께하고 싶어 했던 거였구나.” 아빠는 조용히 말한다. “나는 경찰이기 전에 네 아빠야. 네가 내 전부라는 걸 이제라도 알아줬으면 한다.”
결국 범죄 조직은 무너지고, 부녀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딸은 마지막에 말한다. “역할로서가 아니라, 마음으로서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그건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
그리고 딸은 더 깊은 깨달음에 닿는다. 자신이 아빠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 것이 아니라, 아빠라는 역할에 대해 품었던 바람—남들처럼 놀아주는 아빠,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아빠—그 감정을 누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외로웠던 어린 시절, 딸은 아빠에게 그 외로움을 공감받고 싶었다. 아빠는 바빴지만, 그 마음만큼은 늘 딸을 향해 있었다. 만약 그 외로움을 함께 나누고 담아주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제야 딸은 깨닫는다. 아빠가 곁에 없던 순간에도, 아빠의 마음은 늘 자신과 함께였다는 것을. “아빠도 나랑 놀고 싶었는데, 못 놀아줘서 슬펐겠구나.” 딸은 아빠의 슬픔에 공감하게 되고, 서운함을 넘어서 아빠에게 힘이 되고 싶은 존재로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왜냐하면 이제는 아빠와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따뜻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이 영화가 남기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깊다. 우리는 멋진 아빠보다 따뜻한 아빠를 원한다. 결국 아빠와 딸은 공감으로 서로에게 닿는다. 완벽한 역할 대신 변하지 않는 마음을 선택하는 순간, 둘 사이의 거리는 부드럽게 좁혀진다. 사랑은 멋짐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시간과 조용한 표현 속에서 마음이 만나면서 진심을 느낄수 있다. 그 시간이 지금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