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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Apr 08. 2022

2화. 너의 이름은 위병소

봄. 우리 인연의 시작

"나라를 지켜 주시는 군인 아저씨들께 편지를 써보자"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들은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군인 아저씨. 나라를 지켜주시고 우리를 안전하게 보살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군생활 힘드시지만 파이팅하세요...'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쓰라고 했기에 감사해야 하나 보다고 생각하며 편지를 쓴 기억이 있다.

그땐 군 생활하는 청년들이 정말 아저씨인 줄 알았다.

성인이 되어보니 우리의 오빠였고 우리의 동생들이었다.

군인 남편을 둔 덕에 보이지 않던 이 나라의 군인들이 참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걸 알았다.

딸만 셋인 우리 집에서 군인을 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우연히 군부대 앞을 지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군인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친구의 아버님이 장군이라 했던 말도 그 당시 '요새도 장군이 있어?' 하며 '역사 속에 존재하는 인물 아니었나'며 넘겨버렸던 기억이 있다. 남편을 만나고 나서 군에서 장군이라는 굉장히 높은 직분이란 걸 알았다. 이렇게 군에 대해 1도 몰랐던 내가 군인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 정말 군인들 틈에서 살게 되었다. 


바깥세상을 나가려면 위병소를 거쳐야 한다.

너무 부담스럽다. 군인 청년들이 인사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매번 출입증 카드를 찍어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 언덕에서 아이들 손잡고 내려올 때부터 위병소를 지키고 있는 군인 청년들은 계속 쳐다본다. 빨리 걸어야 할 것만 같다. 은근히 아이들 발걸음을 재촉하는 나.

" 충성!"

흠짓. " 예~"

출입증 카드를 내밀면 단말기에 찍는다.

" 확인되셨습니다. 충성~!"

이곳을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군인 청년들. 참 이 나라가 밝구나 싶었다. 이제 위병소를 나가는 게 익숙해졌다. 다양한 군인 청년들을 보면서 그냥 서서 출입증 확인만 하는 줄 알았는데 참 여러 가지 본인 성향들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한 번은 차를 타고 들어오는 중에 출입증 카드가 없어져서 계속 찾는 중이었다. 

내 뒤로 차가 밀려서 불안해하며 찾고 있는데 군인 청년이 "괜찮습니다" 하며 위로를 해주는 것이다.

카드를 찾고  단말기에 찍었다.

손짓으로 제스처를 취하는데 "다 되셨습니다. 출발~!"

짧은 대화였지만 따뜻해 보였다.


어느 날은 아이가 늘 충성을 외치는 군인 청년들이 신기했는지 아주 멋있게 " 충성!!!!"하고 인사를 했더니

"음.  커서 육사에 들어갈 만한 친구군!!" 하며 뿌듯하게 쳐다본다.

그 군인 청년은 금방이라도 춤이라도 출 수 있을것 것은 활기를 가졌다.


또 다른 군인 청년은 군인의 신분에 감정을 노출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아이들을 보며 아주 부드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 충~성~" 하며 너무 귀엽다는 뉘앙스로 인사를 나눈다.


또 말년 병장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되는 것 같다. 온몸을 이용해 "충~~ 성~~!!" 하며 외치는 군인 청년.

한참 군인의 삶에 심취해 있다. 

'그러다 허리 부러져요 청년...'


가끔 카드 단말기가 고장이 날 때가 있다.

저 멀리 뒤에 줄 서 있는 차들. 운전자들은 모두 내려서 위병소 사무실에 가서 출입 확인을 해야 한다. 번거롭지만 확인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일반 사람이라면 많은 불평불만이 쏟아질 텐데. 이곳에선 귀찮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없다. 이 분위기에 저절로 스며들고 있었다.

위병소를 뒤로 하고 올라가는 낮은 언덕길.

'우리 집 도둑이 들어올 일은 없겠네~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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