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비 Apr 09. 2022

3화. 즐길수록 파라다이스!

봄. 우리 인연의 시작

코로나로 전 세계가 들썩인다.

너도 나도 마스크 쟁이기에 바빴고 늘 다니던 익숙한 거리마저 휑하게 만드는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군 관사로  이사 온 후 본격적으로 터진 코로나의 잔인함이 답답한 우리 마음을 더 답답하게 했다. 군 관사 밖은 온통 코로나에 몸살을 앓고 있고 초등 정규과정마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어 집에서 많은 일을 다 감당해야만 했다.

 많은 것들이 불편했지만 우린 이곳을 즐겨보기로 했다.

나이 지긋하신 이웃분과 안면을 트게 되었다. 곧 남편분이 전역하신다고 하는 것 보니 곧 군 관사를 떠나시겠구나 싶다. 이곳에서 꽤 오래 사셨기에 많은 걸 알고 계셨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면서 군 관사 내부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셨나 보다. 이곳에 부추와 달래가 있다고 하셨다.

"우와. 부추랑 달래요?"

들에서 자연스럽게 퍼지듯 자라는 달래와 부추가 여기저기 엄청 많다고 하셨다. 나는 궁금했다. 그리고 채취하고 싶었다. 쫓아다니며 부추와 달래의 생김새를  익히고 좀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들과 부추와 달래를 채취하러 뒤뜰부터 놀이터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이들은 엄마가 왜 그리 즐거워할까란 표정으로 쳐다본다. 모종삽, 모종 갈퀴 삽 등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도구를 챙겨 군 관사 근처를 빙 돌기 시작했다. 듣기로는 지금은 텃밭을 안 하는데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텃밭을 많이 했다고 한다. 부추랑 달래 특성상 워낙에 잘 퍼지기 때문에 군 관사 근처 곳곳에 많이 살고 있는 것 같다.

놀이터 근처. 열심히 흙을 파는 아이들.

" 동글동글한 뿌리가 있는 걸 캐면 돼~"

나의 말에 흙놀이를 하듯 삽을 가지고 참 열심히도 파본다.

"우와~ 엄마 여기 엄청 많아~"

달래다. 엄청 향긋한 달래다. 마트에서 본 것처럼 굵고 크진 않았지만 분명 달래다.

지금 이 순간 우린 산속 심마니가 되어서 기쁨을 즐겼다. 이번엔 부추를 채취해볼까?

부추는 가위로 똑똑 잘랐다. 아이들은 열심히 손으로 똑똑 잘랐다. 우리들은 신기했다.

마트에서 돈 주고 사 먹기만 했지 이렇게 직접 채취하는 건 정말 처음이다. 아이들도 집이 지겨워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흙도 만지고 놀이터도 왔다 갔다 하니 재밌는 눈치다. 집에 돌아와 요리를 시작했다.

달래장을 만들고 부추전을 만들었다. 푸른색 채소가 그다지 탐탁지 않았던 아이들은 몇번 먹고 말았다. 나만 즐거운 것 같다.


어떤 푸른 채소를 해줘야 잘 먹을까 고민하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쑥이 갑자기 내 맘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시골에 살던 시절. 엄마가 쑥떡을 만들어주셨던 기억이 늘 있다. 봄 되면 쑥떡을 자주 하셨는데 그 맛이 꽤 괜찮았다. 하지만. 나의 요리실력으로는 쑥떡은 무리일 것 같다. 쑥 튀김을 해줘 보면 어떨까 싶어 며칠 뒤 아이들과 지천에 널려있는 쑥을 채취하러 나갔다.

아직 어린 새싹들이 엄청 야들야들해 보였다. 아이들과 조금씩 채취한다는 게 작은 소쿠리로 가득 찼다.

"엄마. 쑥버무리 해 먹자~~"

둘째의 얘기에 "엄마는 쑥버무리 어떻게 하는지 몰라~ 대신 엄마가 쑥 튀김 해줄게"


집에 돌아온 나는  쑥을 깨끗이 씻어 반죽을 묻혀 기름에 튀기기 시작했다. 

집안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득했다. 신발도 기름에 튀기면 맛있다는 말이 있다. 인터넷 보니 반죽에 얼음을 넣으면 더 바삭해진다고 한다.

쑥 튀김은 성공적이었다. 얇은 튀김 반죽에 싱싱한 쑥의 기름 샤워는 역시나 옳았다.

그 많던 쑥 튀김이 순식간에 동나고 말았다. 봄의 기운을 입은 쑥 튀김은 우리 아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그 뒤로도 쑥 튀김이 먹고 싶다 하여 쑥이 억세 지기 전에 한 번 더 튀겨주었다.


그때부터 난 군 관사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특별하다. 군 관사 바깥세상에서 살 때는 부추와 달래를 채취하고 쑥으로 튀김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 일들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즐기려고 해 본 적도 없다. 단지 이곳의 특성상 위병소를 거쳐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번거로움 때문에 조금 움직임이 불편할 뿐.


군 관사 뒤편의 예쁜 꽃길을 아이들과 걷기로 했다.

벚꽃이 만개하고 개나리가 피어있고 너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리.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과 내가 산책하기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코로나로 너도나도 서로 부딪히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데 우리는 그럴 위험 없이 우리끼리의 낙원을 즐기고 있었다.

냉이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바닥을 보면 여기저기 피어 있는 냉이꽃. 시선을 돌리면 제비꽃도 많이 보인다.

사람들 발걸음이 많이 닫지 않는 곳에는 민들레가 천지다. 노란색 민들레를 멀리서 지켜보면 세상에 저렇게 노란색이 많았던가 싶을 정도이다. 저곳을 걸어가고 싶지 않다. 노란 민들레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들레의 매력에 푹 빠지다 보니 혹여라도 다칠까 봐 그 길은 걷질 못했다.

우린 예쁜 꽃까지 관찰하며 군 관사 주변을 돌았다.

가시나무가 보인다. 저건 두릅 아니던가? 두릅 나무인 줄 알고 벌써 누군가 새순을 따갔다. 저 멀리 구석에 자리 잡혀 있는 나무를 관심 있게 보아왔던 누군가. 나처럼 이곳에 관심이 많나 보구나.


교육으로 일주일간 집을 비웠던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에게 부추, 달래. 쑥 얘기를 신나게 털어놓았다. 아이들이랑 재밌었던 얘기. 달래장을 만들어 놓은 얘기. 성공적이었던 쑥 튀김 얘기...

관사 뒤편에 가보니 벚꽃이 만개해서 너무나 이쁘다는 얘기 등.

남편은 아무 말 없이 한참 듣더니.

"부대 안 모든 작물은 채취 금지야."

"오잉? 저렇게 지천에 널려있는 작물들이 채취 금지라고?"

주인도 없이 그냥 알아서 자라는 부추랑 달래, 쑥을 캘 수 없다니 사실 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이제부터 군부대 담 넘어 밖에 자라고 있는 부추를 눈여겨봐야겠다. 지금 이렇게 즐거운데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이전 02화 2화. 너의 이름은 위병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