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비 Apr 11. 2022

5화. 군마트 입성기

여름. 군 관사에 더위가 몰려오면.

하루 종일 집에서 나의 보살핌을 받는 두 아이와 함께 하노라면 삼시 세 끼를 챙기고 무한한 간식을 챙기며 세상에서 가장 으뜸인 엄마가 되어야 한다. 

군 관사 특성상 집 앞까지 배달 음식이 안오기 때문에 주문을 하지 않는다. 위병소에까지 가서 배달 음식을 받아오느니 그냥 집에서 직접 하겠다는 생각이다. 배달 음식이라는 게  주방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문 앞에서 직접 받아 손쉽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함인데 그런 장점이 전혀 없다는 게 참 아쉽다. 다른 군가족들은 그래도 위병소까지 가서 받아온다는데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치킨이나 피자가 먹고 싶으면 내가 포장해온다. 배달음식의 꽃인 짜장면과 짬뽕은 직접 아이들과 중국집에 가서 외식으로 대체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지겨워진다.

"엄마. 쫌.. 다른 음식 좀 해줘요~" 첫째 아이의 투정이 마음에 쏙쏙 박히는데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을.

이럴 줄 알았으면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라도 따놓을걸 그랬다. 다양한 음식과 세상 맛있는 음식을 하는 엄마들은 세상 뿌듯할 것 같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식욕이 늘어나는 게 보인다. 쌀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 간식을 시장바구니로 가득 사다놔도 3~4일이면 똑 떨어진다. 재정적으로 부담이 참 많이 된다.  그때부터 나는 군마트(PX)를 애용하는 최고 고객이 되었다.


이사 오기 전까지 군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사실 크게 관심도 없었고 군인도 아닌데 군마트를 간다는 게 그냥 어색하고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 같았다.  그런 내가 군마트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곳에선 군 관사 밖으로 나가려면 카드를 찍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해결하는 게 훨씬 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참 어색하게 들어갔다.

'내가 군인이 아니라고 쳐다보면 어쩌지? 괜히 나가라 하면 어쩌지?'

염려와는 달리 군마트 내부에는 나 같은 군인 와이프들이 많이들 쇼핑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군마트에 가서 간식을 이것저것 골랐다. 대부분이 먹거리다.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 한가득 담았다.

군마트를 둘러보았다. '어라. 별게 다 있네~"

야채만 없지 모든 게 있는 큰 마트 축소판 같은(?) 느낌이었다. 당장 필요한 물건들을 담아본다. 아이들은 벌써 좋아하는 간식을 고르느냐고 바구니를 한가득 채웠다. 이 더운 여름 아이스크림은 빼놓을 수 없기에 한가득 담았다. 종류가 많으면 좋으련만 종류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너무 만족스럽다.

한가득 구매했는데 세상 밖 일반 마트에 비해 저렴하다.

군인가족의 복지로 군 마트가 최고 아닐까 싶다.  한가득 짐을 차에 싣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온다. 간식이 많아지니 괜히 뿌듯하다.


과자가게 전문점을 하는 친구랑 잠시 통화를 했다.

과자, 아이스크림 등 할인해서 파는 전문점을 하는데 다른 매장보다 저렴하단다. 사람들이 본인 매장을 검색해서 찾아올 정도로 잘 되는 가게였다. 저렴하게 많은걸 구매할 수 있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안 갈 이유가 없는 매장이었다. 아주 뿌듯하게 그만큼 저렴하게 팔아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라며 강조하며 얘기한다.

대화를 이어가는 도중 군마트(PX) 얘기로 흘렀다.

"군마트에서 00 아이스크림은 얼마에 팔아?"

질문에 가격을 알려주었더니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얘기했다.

"어떻게 우리 가게보다 더 저렴하게 팔 수 있어?"

그때 더 체감했다. '아. 군 마트가 정말 저렴하긴 하구나.'


어느 날 저녁. 흥분하며 얘기하는 나.

군마트에 가서 엄청 많이 사 왔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등..

썰을 남편에게 풀어놓는다.

"사실 고양시 살았을 때 여보가 편의점 가서 긁은 카드 문자 올 때마다 너무 힘들었어.."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이다. 그 당시 아이 하원 시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주 편의점을 들렸다. 그 카드 내역서가 남편에게 문자로 발송되는데 훅훅 줄어든 돈의 양을 보고 많이 불안했던 모양이다. 편의점 지옥을 경험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고해성사하듯 얘기한다. 남편에게 그런 고충이.. 본인도 가끔 편의점 가서 1~2만 원 쓰는데 내가 애들 데리고 편의점에서 1~2만 원 쓰니 쌓이고 쌓이면 큰돈이 된다.

생각해보면 군 관사로 이사 오기 잘했다. 편의점을 더 이상 안 갈 수 있게 되었고 일반 마트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군마트를 이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군마트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군 관사에 우유 배달이 안되니 매번 직접 사러가기도 참 힘든 일이다. 고민하다 군마트에서 멸균 팩 우유를 한 박스씩 사다 놓았다. 맛이 생우유에 비해 진하지 않아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 가족은 다 좋아했다. 영양도 생우유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하니 괜찮겠다 싶었다. 우유가 떨어질 때쯤 매번 군마트에 들러 멸균 우유를 찾곤 한다.

무더운 여름 때는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너도나도 아이스크림 경쟁이 시작된다. 아이스크림은 들어오자마자 금방 나가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춰 가야 한다. 군마트를 이용한 지 꽤 됐지만 아직도 때를 못 맞추는 아쉬움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듯하다. 아쉬운 대로 카프리썬을 구매해 얼려 놓는다. 참 다양하게 여러 가지로 유용한 군마 트다.

군마트를 이용하다 보니 역시 주부를 위한 여자를 위한 꽃은 달팽이 크림이다. 화장품에 크게 관심 없는 나인데 군마트 달팽이 크림이 좋다는 후기를 보고 쓰기 시작했다. 달팽이 크림도 참 종류가 많다. 어떤 걸 사야 하나. 고민하다 후기가 제일 좋아 보이는 걸로 구매했다. 가격도 참 저렴하다.

어느 날은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내게 미안한 감정을 풀고 싶었나 보다. 나름의 사과의 방법으로 여군 후배들이 좋다고 말하는 다이아몬드 크림(?)을 사서 집 앞 문고리에 걸어놓았다. 여군들이 알고 있는 크림이면 군 생활하면서 많이 써봤을 테니 정말 피부가 반짝여질 것 만 같았다. 다이아몬드 크림을 며칠 써보니 정말 피부가 보들보들해지는 것이다.

'오. 여군들이 쓰는 화장품을 골라서 써봐야겠어!'


참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실 일반 마트에 비해 종류가 다양한 건 아니지만 나와 우리 아이들이 구멍가게 가듯 가서 신나게 쇼핑하고 돌아오는 길은 정말이지 즐겁다. 아이들 몰래 군마 트라도 갔다 오려하면 늘 함께 가자는 아이들.

군마트에서 엄마가 마음껏 먹을거리를 사주는걸 아니 늘 따라나선다. 구운 계란과 짭짤한 감자 과자를 두 손 들고 나오는 아이들. 이 시간만큼은 우리 모두 최고 즐겁다.

이전 04화 4화. 만남과 헤어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