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비 Jul 23. 2022

그래서. 편의점 도시락.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 오로지 나를 위해 차려내는 한상 식탁은 그저 귀찮기만 하다. 냉장고를 이리 뒤적 저리 뒤적거려 보지만 마땅히 먹고 싶은 반찬도 없고 어쩌다 꺼내서 차려냈다 해도 음미하기보단 흡입하는 경우가 더 많다. 먹는 즐거움보다 허기를 채우기 위한 시간이 더 맞겠다 싶을 때가 많다. 가끔은 입이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는데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만 한다. 맛있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고민 끝에 가장 간단하고 여러 가지 반찬이 있는 편의점 도시락을 선택했다.


집 앞 편의점까지 가는 거리는 사실 가깝지 않다. 자차를 끌고 5분 거리인데도 굳이 차를 끌고 가고 싶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그래도 길을 나설 땐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 고민하면서 즐겁게 간다. 주로 CU편의점을 들르는데 빨리 가지 않으면 도시락이 동날 때도 있다. 나 말고도 편의점 도시락을 선호하는 누군가가 맛있는 메뉴를 먼저 골라 가지고 가나보다.  하루는 편의점 도시락 코너가 텅텅 비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입맛이 없어 집 밥을 안 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선택한 한 끼를 허탕치고 집으로 향할 땐 또다시 뭘 먹어야 하나 고민이 빠진다. 어쩌다 도시락 종류가 많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종류별로 반찬이 많이 들어 있는 도시락을 선택한다. 집에 돌아와 도시락을 먹을 준비를 한다. 먹기 전에 한 컷. 남편에게 점심 먹는다고 편의점 도시락을 찍어 보내면 안타까운 메시지가 돌아온다.

"맛있는 것 좀 먹고 다녀~"


편의점 도시락이 초라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난 고르고 골랐다고 생각한 편의점 도시락이 남편에겐 안타까운 메뉴로 생각되나 보다. 사실 딱히 맛있다고 느껴지는 떠오르는 메뉴가 없다.

식당의  메뉴를 골랐다 해도 포장을 해서 먹는 게 훨씬 익숙하다. 식당의 메뉴를 고르면 항상 단품이기 때문에 집밥 같은 느낌도 없고 해비 하단 느낌 때문에 속이 불편해진다. 자차로 5분 거리 CU 편의점도 겨우 가는데 식당을 찾아가는 일은 뭔가 큰일을 벌이는 것만 같다. 결국 제일 집밥과 비슷하고 고르기 쉬운 가까운 편의점을 선택하게 된다. 요즘의 편의점 도시락은 정말 훌륭하다.  반찬의 종류가 10가지가 넘고, 돈가스, 치킨, 불고기는 기본으로 들어 있다. 꼭 도시락을 선택하지 않아도 편의점은 음식의 만물상 같다. 컵으로 된 찌개와 탕 종류도 찾아볼 수 있고 후식으로 고를만한 케이크, 과자, 과일, 빵 종류가 너무나 많다. 작은 식당 같아 보이는 편의점이 이쯤 되면 효자처럼 생각된다.


예전에 편의점에선 삼각김밥 정도만 사 먹었다 하면 이젠 도시락을 선택한다. 갈수록 풍성해지는 편의점의 전략에 눈이 돌아간다. 도시락을 이렇게 편의점에서 선택할 줄이야. 도시락이라 함은 갓 나온 밥에 몇 개의 반찬을 얹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냉장 보관한 편의점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려서 먹게 되었고 반찬의 종류도 여러 가지라 젓가락이 즐겁다. 게다가 가성비 대비 양도 적지 않고 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셰프들이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맛이 없지도 않다. 나의 이름을 내걸고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서로 경쟁하니 더 떨어지는 음식보단 발전하는 음식을 만들 거란 기대도 걸어볼 수 있다.

이만하면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 때우기는 성공 아닌가 싶다.


맛있는 메뉴가 뭘까라며 고민을 해봐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뭘 먹을까라는 질문에 '아무거나~'란 단어를 자주 쓰고 딱히 떠오르지 않는데 그 와중에 메뉴를 고르기는 참 곤혹스럽다. 그런 나에게 편의점 도시락은 가장 무난하고 주저 없이 고를 수 있는 착한 음식이 되었다. 꼭 잘 차려지고 미슐랭 맛집을 가야만 맛있는 음식을 먹은 건 아니다. 고르는 괴로움과  방문하는 수고로움. 비싸게 치르는 비용을 생각하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나의 편의점 도시락은 잘 차려진 비싼 맛집보다 행복하게 해 준다.


남편의 말 중 "맛있는 것 좀 먹고 다녀~"의 의미에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속뜻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지만 동정을 받기엔 나는 너무 만족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편의점 도시락 만 원짜리를 고르고 찍어 보내는 사진과 식당에서 만 원짜리 백반을 먹고 찍어 보낸 사진을 보고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일까. 똑같은 가격대라도 편의점 음식이 더 초라해 보이고 맛이 없어 보이는 건 일부 사람들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잘 차려진 백반집이 낫다고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


메뉴는 사람마다 선택하기 나름이다. 나와 같이 맛있는 음식에 대해 딱히 떠오르지 않는 사람에겐 삼시 세 끼를 챙겨 먹어야 하는 요즘. 더욱더 스트레스가 된다. 먹는 즐거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메뉴를 고르기 위해서 동반되는 여러 가지 고충들을 겪기 싫은 마음이 더 크다. 식당에 들어가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도 그다지 맘에 차지 않는다. 여러모로 편의점 도시락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은 내게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나는 생각해본다.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여러 가지 고충들을 겪는 것보다 스트레스 없이 단순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내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좋다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건 그냥 맛있는 음식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나의 로또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