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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Sep 09. 2022

MZ 세대가 흐름이라면.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일은 충실하되, 완벽을 추구하진 않는다. 사표는 던지지 않았지만, 회사의 평가, 경쟁과는 결별했다. 회사가 내게 제공한 것 이상을 되돌려 줄 생각이 없으며, 조직에서 더 나은 지위, 조건을 얻으려 애쓰지 않는다. 


미국 MZ 세대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방식이라고 한다.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의 이런 방식을 보며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나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조용한 퇴사' 방식에 부합되는 삶을 살았다. MZ 세대라고 얘기가 나오기 전까진 사실 나는 왜 이렇게 욕심이 없을까 하며 생각했다. 굳이 높이 올라가고 싶지도 않았고 더 나은 지위보단 내가 행복하길 더 바라왔다. 다른 동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나에게 한편으론 자괴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지금의 MZ세대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말이다. 


내가 '조용한 퇴사' 방식을 추구하고 부합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나의 행복을 바라왔기 때문도 있지만 나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기 전 간호사로   병원이라는 타이트한 공간에서 지내왔다. 병원이라는 곳은 언제나 실수가 없는 융통성 없는 곳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수많은 환자들을 대응해야 한다는 피곤함과 조직의 딱딱함까지.. 나와는 맞지 않았다.  워낙 예민하고 작은 자극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 결국 마음에 병이 들고 몸이 아프기까지 했다.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다 보니 굳이 이 조직에 내 체력과 정신을 써 가며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지내왔다. 간호사로서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나의 모습만을 바라왔지 조직의 보이지 않는 사다리를 애써 밟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의 수순을 밟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사회는 내 생각과 달리 실제 내 업무보단 사람 관계에 더 치중하고 능력 이상의 것들만 바라온다. 정직하기보단 편법을 쓰는 게 훨씬 내 신상에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을 때 사실 나는 좀 두려워졌다. 나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에 이 조직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직장 안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만을 바라고 더 이상의 기대치는 거부했다. 나는 내 환자의 간호에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일선 밖에서는 나를 위해 즐기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남들과 다르게 그 이상을 하려고 애쓰지 않고 평가와 경쟁에 벗어나 살아가고 싶었다. 그게 나의 마음 건강 상태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방식들은 직장 생활의 사다리 구조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직장 생활은 경쟁이고 치열한 삶이기 때문에 나처럼 내 할 일만 하고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을 어쩌면 더 도태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나의 선택들이 가져올 후폭풍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참 많이 외로웠다. 다르다고 배척받고 이해받지 못하는 내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나날을 보내왔다. 이렇게 나는 내 방식을 고수했지만 나를 향한 비판도 멈추지 않았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자괴감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요즘 사람이기 때문이다. 


늘 내가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복잡하고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했는데 요새 들어 MZ 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돌면서 나에겐 참 희망 같은 얘기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이유는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늘어나고 있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됐기 때문이다. 그 말은 하나둘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고 더 이상 혼자 외로워하지 않아도 될 거란 희망 때문이다. MZ세대란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참 위안이 되었다. 


MZ 세대의 ' 조용한 퇴사'방식이 이 시대의 흐름이고 번지고 있는 추세라면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준비가 되었으면 한다. 한쪽에선 MZ 세대의 ' 조용한 퇴사'방식이 "저성과자들의 무책임한 행동"  "보상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불행하며, 업무를 즐기거나 몰입하지 못한 채 시간 낭비하는 건 슬픈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지만 그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직장 생활에서 동료들끼리의 관계 유지와 조직의 규칙에 에너지를 쏟는 게 힘들어서 업무에 쏟을 에너지가 부족했다. 업무에 에너지를 쏟고 싶은 건 오히려 나였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 건 나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차라리 업무에만 에너지를 온전히 쏟았더라면 나는 최고성 과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방식이 인정되었더라면 오히려 일의 능률을 더욱 높였을 거란 얘기다. 


개개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직 사회의 틀을 좀 벗어나서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쥐어짜며 조직의 목표를 이루는 게 아니라 한 개인의 특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능률을 높일 수 있는 지혜로운 직장의 분위기를 바라본다. '조용한 퇴사' 방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MZ 세대를 제일 먼저 이해하고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오너의 리더쉽이 발휘되고 조직 문화가 형성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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